[단독] 故김정주, 사후에 코인계좌 해킹당해… 85억어치 털렸다
10일간 27차례 다른 계좌로 옮겨
해킹 총책은 아직 검거 못해
지난 2월 미국에서 별세한 넥슨 창업주 고(故) 김정주 회장의 가상 화폐 계좌가 사후(死後)에 해킹돼 80억원대 가상 화폐가 탈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킹 범죄단이 김 전 회장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 가상 화폐를 훔쳐간 것이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월 해킹 범죄 조직 일당인 장모(39)씨 등은 유심(USIM·가입자 식별 장치)을 불법 복제하는 방식으로 가상 화폐 거래소 ‘코빗’에 개설된 김 전 회장의 계좌에 침투했다. 이들은 이후 10일간 총 27차례에 걸쳐 계좌에 들어있는 총 85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 화폐를 다른 계좌로 전송했다. 코빗 측은 사망한 김 전 회장의 계좌에서 거래가 발생한 것을 수상하게 여겨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렸고, 장씨는 검거돼 지난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은 장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씨 일당은 해킹 조직의 총책에게 받은 김 전 회장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 유심을 불법 복제했다. 이후 마치 김 전 회장 본인인 것처럼 코빗 계좌에 접속해 보관된 가상 화폐를 빼냈다. 장씨는 김 전 회장 외에도 10여 명의 유심을 복제했지만, 이들의 계좌에 침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장씨 일당이 처음부터 사망한 김 전 회장의 계좌를 노리고 유심을 복제한 것인지, 아니면 여러 계좌를 해킹하다가 우연히 김 전 회장 정보를 취득한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아직 총책은 검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장씨는 수사기관에 “총책에게 개인 정보를 넘겨받아 유심 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넥슨 김정주 회장 정보라는 걸 알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 본인은 처음엔 몰랐다가 범행 과정에서 알았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 측의 피해액은 아직 환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이미 비트코인 등이 타인 명의의 계좌로 전송됐는데, 이를 몰수하려면 그 타인이 이번 범죄에 대해 알면서 받았다는 점 등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가상 화폐 계좌 주인이 사망했을 때 남겨진 자산을 보호하는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 계좌의 경우 명의자가 사망한 뒤 유가족이 금융 당국에 ‘상속인 금융 거래 조회’를 신청하면 은행·보험사와 각종 연금 기관 등에 있는 사망자의 재산이 일괄 조회된다. 또 금융회사들은 사망 사실을 통보받으면 상속 재산 보호를 위해 해당 계좌를 동결하기 때문에 해킹으로 돈을 빼갈 수 없다.
반면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들은 이런 조회·통보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 때문에 계좌주가 사망하면 유가족이 일일이 거래소 측에 직접 통보해야 한다. 유족이 직접 통보하기 전까지는 거래소가 사망 사실을 알 수 없는 구조다. 한 가상 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관련 법 등을 만들어 사망 시 가상 자산 보호 장치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빗 측은 “(김 전 회장 건과)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존과 다른 거래 패턴 같은 이상 현상이 감지되면 접속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각종 심사를 강화했다”며 “이후 현재까지 재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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