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성장통 대관령, 다시 찾는 희망봉
올해 역대 최장·최대 규모 개최
연중기획공연·4색콘서트 호응
강원 학교 대상 15회 교육 운영
내년 겨울음악제 중단 아쉬움
예산 축소·예술감독 선임 과제
강원의 사계·아카데미 보강
“차질 없이 준비… 내실 키울 것”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다. 올해 공연은 역대 최장·최대 규모로 진행, 클래식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강원도내 음악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진행했다. 외적 성장을 이뤘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과제들도 쌓여있다. 내년 대관령겨울음악제가 취소됐으며 예산도 크게 삭감됐다. 손열음 전 예술감독에 이어 음악제를 총괄할 신임 감독의 선임도 관심이다. 20주년을 앞둔 대관령음악제의 올해 성과와 과제를 살펴본다.
■ 역대 최장·최대 규모 음악제… 교육 프로그램 호평
지난 7월 진행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3주동안 19회의 메인공연을 선보이는 등 역대 최장, 최다 공연으로 국내 클래식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거리두기 해제 영향이 있었지만 총 관객은 3만3000여명으로 전년대비(2만2000명) 49.7%가 증가했다.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은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더불어 올해는 페스티벌 스트링즈와 페스티벌 바로크 앙상블도 새롭게 구성됐다. 동해, 평창, 강릉, 춘천, 정선에서 찾아가는 음악회가 진행됐으며 KTX 진부역과 알펜시아 간의 셔틀버스 운행을 확대, 접근성을 높였다. 강원지역 전문업체와의 무대 및 사진, 영상송출 분야 용역을 추진해 70여 명의 인력을 활용하는 등 지역과의 상생을 지속했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또한 호평을 받았다. 음악제 기간 중 42회의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개별 악기뿐만 아니라 실내악 및 오케스트라 교육을 신설했으며 56명의 음악 인재를 대상으로 밀도 높은 교육이 제공됐다.
지난해 연중 상시 공연으로 개편한 연중기획 시리즈는 전년보다 6회를 확대한 16회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장르의 피아노 연주로 채워진 ‘세상의 모든 피아노’, 춘천 출신 피아니스트 조재혁과 그의 음악 친구들이 함께한 ‘토크 콘서트’, 다채로운 사중주의 매력을 선보인 ‘포포올(Four for All)’ 등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모색했다. 전년 대비 티켓 판매율이 3배 증가하는 등 관객들의 호응도 높았다. 일상회복의 바람을 담은 4색 콘서트는 클래식, 클래식-동요 협업, 국악, 재즈 4가지 장르를 주제로 평창, 강릉, 춘천에서 펼쳐졌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박종화, 소리꾼 이자람, 가수 하림, 전용준 트리오 등이 출연해 장르 확장성을 높였으며 예매율 71%에 달하는 등 도민들의 관심도 얻었다.
대관령음악제의 중심축은 음악교육이다.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강원도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찾아가는 마스터 클래스’, 교내 오케스트라 교육인 ‘내일의 오케스트라’, 지역 출신 미래인재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영 아티스트 콘서트’, 직업진로특강 등 15회를 운영했다. 참여 학생들의 만족도는 97.8점에 달했다. 교수진으로는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참여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 대관령음악제 음악학교 출신이자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등이 참여했다.
■ 꽁꽁 얼어버린 겨울음악제… 차기 예술감독은
여름에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정통 클래식을 표방한다면 2016년부터 빠짐없이 이어온 대관령겨울음악제는 특색있고 다양성 있는 음악을 추구해왔다. 현대음악과 고음악 등 시대와 장르의 벽을 허물고 현시대 음악의 지향점을 찾는 대표 음악제로 꼽힌다. 하지만 내년도 겨울음악제는 강원도의 예산안 삭감으로 중단이 결정됐다.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열어온 ‘연중기획시리즈’도 ‘강원의 사계’로 전환, 계절별 1회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자칫 음악제 전체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8년부터 음악제를 이끌어오다 최근 사임한 손열음 예술감독의 후임자 찾기도 관심이다. 강원문화재단은 차기 감독 위촉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음악제 개막 시즌인 내년 7월까지 기획과 섭외를 충분히 고민하기에는 촉박한 시간이다. 이영진 음악평론가는 “정치권이나 외부의 개입 없이 국제적인 감각과 무게감이 있는 예술감독 선임을 고민해야 한다”며 “명성이나 인지도 보다는 강원도에 애정을 갖고 음악제에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족한 예산과 인원 확충 또한 과제다. 올해 대관령음악제의 예산은 도비 16억원, 평창군비 1억원이었으나 내년도 예산은 도비 10억원, 평창군비 2억원으로 편성됐다.
대관령음악제는 내년 20주년을 맞아 국내 최고의 국제음악제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제20회 대관령음악제는 내년 7월 말 개막 예정이다. 아카데미는 이전의 음악학교 취지와 정체성에 맞게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강한다. ‘강원의 사계’ 공연 또한 음악적 수준을 확보한 차별화된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음악제 역사를 담은 백서 발간도 검토하고 있다.
박혜영 대관령음악제 운영실장은 “강원도민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제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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