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또 ‘중국당할’ 판
‘중국스럽다’는 말은 처음 들어도 감이 온다. 좋게는 대국의 규모를 보여줄 때, 나쁘게는 무례하거나 욕먹을 행위에 어울리는 말이다. 요즘 일부 젊은이들은 ‘중국당했다’는 말도 쓴다고 한다. 자기 마음대로 하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었을 때 쓰는 말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과 몰상식한 무례를 지겹게 보아온 젊은 층이 만들어낸 신조어라고 한다.
▶우리가 ‘중국당하는’ 일이 많아서인지 한국인의 반중(反中) 정서가 세계 56국 중 가장 강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디플로맷 보도를 보면 한국인은 81%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2위 스위스(72%)나 3위 일본(69%)과 격차가 컸다. 7년 전 비슷한 조사에서는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비율이 37%에 그쳤다. 그사이 우리 국민이 엄청나게 ‘중국당한’ 것이다. 얼마 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중국(23.9점)에 대한 호감도는 북한(29.4점)이나 일본(29.0점)보다 낮았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풀면서 주변국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 방역 강도는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 옳다. 그런데 중국은 무모하게도 3년이나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다가 한꺼번에 봇물 터뜨리듯 풀고 있다. 수업 시간에는 졸다가 쉬는 시간에 공부하자고 떠드는 꼴이다. 하필이면 코로나 확산에 유리한 한겨울에 봉쇄를 풀었다. 요즘 중국 코로나 감염은 매일 수천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국인들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면 코로나가 확산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인들이 해열제 등 의약품을 해외에서 대량 구매해 중국으로 보내면서 각 국에서 해열제 부족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이 의약품 품절 사태를 겪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도 하남에서 중국인이 해열제와 감기약 600만원어치를 싹쓸이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이 26일 밤 해외 여행 정상화를 발표하자 30분도 채 되지 않아 한국 등 인기 여행지 검색은 전년 대비 10배 증가했다고 한다. 14억 인구가 ‘보복 관광’을 시작하면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곧바로 30일부터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는 입국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 방역 당국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늦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분간 거대한 이웃이 시한폭탄을 안고 뒤뚱거리는 것을 지켜보는 스트레스가 작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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