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윤미향 카드로… 野, 양곡관리법 본회의에 넘겨

박상기 기자 2022. 12. 2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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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무소속’ 이용해 법사위 건너뛰고 처리
양곡관리법 개정안 투표하는 윤미향 -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건을 투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윤 의원을 끼워 넣으면서 본회의 직회부에 필요한 ‘재적 의원 5분의 3’ 요건(12명)을 채웠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바로 회부하는 안건을 단독 처리했다. 지난 10월 민주당이 농해수위에서 이 법안을 국민의힘 반대에도 단독 처리했는데,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가 막히자 아예 ‘법사위 패싱’을 감행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직회부에 필요한 ‘재적 의원 5분의 3′ 요건을 채우기 위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끼워 넣었다. 국민의힘은 “의석 수 폭거에 꼼수까지 동원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법은 쌀 가격이 5% 이상 떨어지거나 수요 대비 생산량이 3%를 넘어가면 정부가 무조건 쌀을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여당은 쌀을 강제 매입하게 되면 매년 최소 수천억원 세금이 투입되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국민의힘은 “그렇게 꼭 필요한 법이라면 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 안 했느냐”고 했다.

국회법은 각 상임위에서 처리한 법안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사위가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경우엔 소관 상임위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엔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농해수위 재적 의원은 19명으로 이 중 민주당은 11명이다. 민주당 의원만으로 직회부는 불가능한데,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끼워넣으면서 5분의 3 요건인 12명이 채워졌다.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이 직회부 표결을 강행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날치기나 다름없다” “이런 투표는 무효”라며 항의했지만 표결을 막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처음 양곡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할 때도 국민의힘에서 요구한 안건조정위를 무소속 윤 의원을 동원해 무력화했었다.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 부의를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합의가 되지 않은 채로 30일이 넘으면 부의 여부를 자동으로 무기명 투표에 부치게 돼 있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 마음대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으로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외에는 법 시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날 양곡법의 본회의 직회부는 민주당 지도부 결정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다른 쟁점 법안에서도 ‘법사위 패싱’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2일에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공영방송 사장 임명 방식을 바꾸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지난 9일엔 국토교통위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 법안들도 법사위에 묶여 있지만, 60일이 지나면 소관 상임위에서 직회부 찬반 투표를 할 수 있다. 과방위도 민주당 출신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가세하면 5분의 3이 채워지고, 국토위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찬성하면 요건이 충족된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양곡법 개정안 직회부에 “쌀 공급과잉과 불필요한 재정 부담을 심화시키고 쌀값이 오히려 하락해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쌀 산업의 유지·발전을 위해 추진한 많은 노력을 수포로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 제발 정신 차려라”며 “뭐 때문에 선거에서 졌는지 알고, 의석수 가지고 폭거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지난해부터 부동산법 등 여러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가 대선에서 패배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반대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일몰 법안’인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법에 대해서도 “(법 일몰로) 30인 미만 업체에 큰 혼란이 생기면 전적으로 민주당의 고집과 몽니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농해수위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 법안 날치기에 이어 법사위 패싱까지 국회 역사상 유례없는 폭거가 벌어졌다”며 “민주당 농해수위는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에 쏠린 시선을 돌리기 위해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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