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캐피털·대부업 1위업체들도 돈줄 말라 ‘개점휴업’
캐피털(할부 금융)업계 1위 현대캐피탈, 최대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 대부업계 선두 ‘러시앤캐시’가 신규 신용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부실 대출 우려가 커지자 업계 1위 업체들마저 대출 창구를 닫아버린 것이다.
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경우 대개 저신용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당장 연말 만기가 도래해 상환해야 할 대출이 많은 다중 채무자들이 ‘대출 절벽’ 현상 때문에 불법 사채 시장으로 밀려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산 38조 현대캐피탈 개점휴업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최근 토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핀다 등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는 연말까지 대출 비교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현대캐피탈 웹·애플리케이션 등 자체 채널 등을 통해서는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대출 심사를 하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캐피털업계에서는 자산 규모가 38조2000억원으로 업계 전체의 18%에 달하는 압도적인 1위 회사가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캐피털업체들은 수신 기능이 없어 대부분의 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데, 최근 채권과 자금 시장이 말라붙어 조달 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신용 등급이 ‘AA0′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현대캐피탈마저 추가 대출을 줄이려고 할 정도면, 업계 전체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저축은행업계 대출 축소 도미노
저축은행 역시 일반 대출 상품은 물론 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 취급을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연말까지 신용 대출을 받지 않는다. 웰컴저축은행은 웰컴중금리대출, 신한저축은행은 햇살론 상품 신청을 중단했다. 대부분 자사 앱 등을 통한 대출 신청만 받고 대출 심사는 더욱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취급하는 대출을 대폭 줄인 것이다. 이처럼 연말·연초까지 ‘점검’을 이유로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 조회 결과를 제공하지 않는 금융사가 카카오페이 57곳 중 37곳, 토스 52곳 가운데 22곳에 달한다.
2금융권에서도 밀려난 서민들이 주로 찾게 되는 대부업계 역시 상황이 마찬가지다. 대부업체는 대부분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2금융권의 조달 창구가 막히자 대부업계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최근 대부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신용 대출을 포함한 모든 신규 대출을 아예 중단했다. 조달 금리가 계속 올라 이미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0% 상단에 가까운 금리로 영업을 해오던 대부업계는 신규 대출 취급을 축소하는 추세다.
◇대부업계 신용 대출 10만명 가까이 줄어
2금융권과 대부업체가 차례로 대출 빗장을 걸게 되면, 돈을 빌릴 곳이 없어진 저신용 서민들은 제도권 밖의 불법 사금융 등으로 밀려날 위기다. 실제로 올해 대부업체가 취급하는 신용 대출 규모가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계에서 신용 대출을 받은 대출자는 지난해 12월 말 106만7005명에서 올 9월 말 96만8688명으로 9만8317명 감소했다. 대출 잔액 역시 지난 연말 8조4578억원에서 올 9월 말 8조373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신용자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신용 점수가 300점대(300~399점)인 저신용 차주가 44만2336명에서 37만1504명으로 7만832명 감소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700점대 차주가 2만2234명 감소했고, 600점대가 8678명 줄었지만 500점대 차주는 2545명, 400점대 차주는 345명으로 소폭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대부업체 대출 가운데 담보 대출이 8조5488억원으로 53.8%를 차지했다. 신용 대출은 7조3276억원(46.2%)에 그쳤다, 대부업의 신용 대출 비율은 작년 6월 말 48.1%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간 뒤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담보가 없는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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