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100%’로 대표 뽑는 與… 지지층 40%는 “대표감 없다”
국민의힘의 당권 경쟁이 내년 3월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뜨거워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경선 룰을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7대3′ 비율에서 ‘당원투표 100%’로 바꿔 당심(黨心)만으로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당의 진로는 당원들이 정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당원들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은 당대표 경선에 한마디로 ‘무관심’이다. 최근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가 함께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 결과, 당대표 후보 8명 가운데 ‘적합한 인물이 없다’ 또는 ‘모르겠다’는 무응답이 여당 지지층에서 40%로 절반에 육박했다. 두 달 전 같은 조사에선 무응답이 29%였지만 최근에 더 늘었다.
작년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 당대표 후보 적합도 항목에 국민의힘 지지층의 무응답이 14%였던 것과 비교해도 무관심이 폭증했다. 상당수 여당 지지층 눈에는 현재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 “대표감이 없다”는 의미다. 지지층뿐만 아니라 여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20대도 ‘당대표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가 70%였다. 여당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도 “대표감이 없다”가 49%로 절반이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지지층도 눈길을 주지 않는 이유는 여당에 대한 불만과 당권 주자들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당은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경제 위기 태풍과 거대 야당의 입법·예산 폭주 앞에서 집안싸움으로 허송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당권 주자 중에는 정부를 지원하면서 중도층까지 당의 지지를 넓혀 총선 승리를 이끌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
대선과 지방선거에 연승을 하고도 비상대책위를 꾸린 국민의힘은 지지율도 야당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다소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30%대 초중반에서 야당과 경쟁 중이다. 2012년 대선을 이긴 새누리당과 2017년 대선을 이긴 민주당 모두 대선 승리 이후 2년 이상 40% 안팎 지지율로 야당을 두 배가량 앞섰던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더구나 얼마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내후년 총선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물었더니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다수 당선’(49%)이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다수 당선’(36%)보다 높았다. 선거 승부처인 중도층에서 ‘야당 다수 당선’(55%)과 ‘여당 다수 당선’(31%)의 차이가 더 벌어졌고, 20대는 57%대21%로 야당 승리를 원하는 응답이 두 배 이상이었다.
지금 분위기로는 총선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뒤집기가 결코 쉽지 않다. 여당과 당권 주자들은 왜 지지층에게도 외면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지지층이 절실하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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