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인기 침투로 정전협정 위반한 北에 확성기·전단으로 대응을
2022년을 보내며 북한이 침투시킨 무인기로 인해 여론이 온통 들끓고 있다.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땅을 5시간 이상 휘젓고 다니는 동안 단 한 대의 무인기도 격추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긴급 출동하던 KA-1 경공격기마저 추락했으니 군은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군사작전은 그 현상만을 보고 펼쳐서는 안 된다. 삼국지를 보면 짐짓 퇴각하는 척하는 상대방을 무리하게 쫓아 추격하던 진영이 오히려 매복 작전에 걸려 작전을 망친 사례가 자주 나온다. 또한 적벽대전을 앞두고 사흘 만에 화살 10만 개를 조조 진영으로부터 얻어온 제갈공명의 이야기도 있다. 그것은 적의 의도를 간과하고 현상만을 쫓아 군사작전을 펼친 결과이다.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왜 무인기를 우리 땅으로 내려 보냈는지 북한의 의도를 우선 판단해야 한다.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킨 의도는 저고도로 비행하는 작은 무인기를 한국군은 탐지하기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격추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상정한 군사적 행위라고 본다. 유유히 비행하고 북으로 돌아가는 5대의 무인기에 대한 군의 무기력한 조치에 대하여 우리 정치권과 국민은 통렬한 비난을 쏟아 낼 것임을 북한은 꿰뚫어 보았을 것이다.
우리 군과 정부는 침투하는 북한 무인기의 탐지 및 격추를 위해 긴급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해서 엄정한 책임을 묻는다고 군 고위직을 해임하고 침범하는 북한 무인기에 대한 감시 초소를 늘리면서 감시 병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가장 바라는 바일 것이다. 북한은 간단히 무인기 5대를 침투시켜서 우리 땅을 휘젓고 돌아갔는데, 국민은 군을 전쟁에 패한 군으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하책 중의 하책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북한 감시 및 정찰을 위한 드론부대 창설을 앞당겨서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키면 우리도 북으로 드론을 날려 보내는 대책은 비례성의 원칙이란 측면에서 그리 나쁜 방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는 드론부대 조기 창설은 중간 정도의 대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한 대책으로 가장 시급히 시행해야 할 방책은 무엇일까?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면서도 북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압박하는 비대칭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해야 한다. 북한이 도저히 모른 척할 수 없는 그들의 가장 약한 고리는 2018년 이후 중단된 대북 확성기 방송과 북한 깊숙이 뿌리는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것이다.
우리는 큰 힘 들이지 않고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심리전 작전이 북한에게 큰 타격을 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상책 중의 상책이 아니겠는가? 또 하나 짚어 보아야 할 점은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확실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정전협정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유엔사령부를 통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 정전협정도 지키지 않는 북한을 상대로 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를 맺고 종전 선언을 추진했던 지난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가 우리 땅을 침범했다고 해서 무인기에 갇히지 말고 적의 의도를 간파하는 전략적·작전적 유연성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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