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락일에 외국인·기관 매도 폭탄, 코스피 2300 붕괴
28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2.24% 하락해 2300선이 무너지고(2280.45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1.68% 떨어져 7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692.37포인트).
전날인 27일은 12월 결산 상장 법인이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배당기산일로, 이날까지 주식을 샀어야 내년 3~4월경 회사가 뿌리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배당기산일 다음 날인 28일은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배당락일이었다. 그간 배당을 노리고 투자했던 사람들이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탓에 주가가 흘러내렸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대거 매도에 나섰고, 개인들은 싸진 주식을 주워 담는 주고받기 거래가 종일 이어졌다. 중국의 방역 완화 소식에 전날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 이 여파로 미국의 주요 기술주가 급락한 것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배당락일… 은행·증권·통신주 폭삭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LX인터내셔널(-13.77%), 기업은행(-10.71%), 우리금융지주(-9.23%), 대신증권(-9.56%), DGB금융지주(-8.64%), KT(-6.75%) 등의 하락 폭이 컸다. 코스피 은행 지수(-5.82%), 증권(-4.45%), 통신업(-4.37%), 금융업(-3.69%) 등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들 주가가 일제히 흘러내렸다.
이날 9% 넘게 폭락한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이다. 연초 이후 외국인들이 1조원 넘게 순매수했었다. 그러나 배당기산일이 지나자마자 외국인들이 기록적인 매도 물량을 쏟아내 증시가 대폭락했던 2020년 3월(23일·-11.83%)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배당락일에는 주식을 매수해도 현금 배당을 받을 권리가 없어 매년 이날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개미들은 오히려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 이날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1조761억원, 코스닥에서 5902억원 등 합계 1조666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대주주 판정 기준일이 지났기 때문에 대주주 양도세 과세 부담에서 벗어난 왕개미들도 팔았던 주식을 도로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연말 대소동이 내년부터는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배당 제도 개편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현행 배당 제도는 상장 기업들이 매년 12월 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뒤 다음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고 4월에 지급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배당 기준일로부터 배당액 확정과 지급 시점이 석 달쯤 떨어진 탓에 배당 투자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이에 정부는 각 기업이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난 다음에 배당기준일을 설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중국 리오프닝 호재도 비켜 가
한국 증시가 배당락일 된서리를 맞은 것과 달리, 아시아 각국 증시는 중국의 방역 완화 조치를 반겼다. 이날 홍콩H 지수가 1.95% 상승했고, 베트남(+1.1%) 주가지수도 전날보다 올랐다. 중국은 내달 8일부터 국경을 재개방하고 해외 입국자 격리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는 등 주변국 소비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일본과 중국 본토 증시는 소폭 약세로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말 중국 리오프닝(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재개) 수혜를 받지는 못했지만, 내년 1분기경 중국의 코로나 대유행 정점이 지나고 본격적인 경제 정상화가 시작되면 여행, 항공, 화장품 등 소비·유통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화장품주와 면세점 등 쇼핑 관련주 주가는 최근 뜀박질을 시작했다.
헬렌 차오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투자자 노트를 통해 “내년에는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더 많은 사람이 집을 떠나 여행하는 등 소비 주도의 회복이 일어날 것”이라며 “2분기 말쯤이면 실질적인 성장이 재개돼 3분기부터 강한 반등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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