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골드만삭스는 왜 180도로 말을 바꿨을까?
이번엔 “15위 밖으로 밀린다”
낮잠 토끼는 거북이에게 진다
4만달러 소득이 최우선 목표
2주 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50년 뒤 세계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올해 12위인 한국 경제가 2075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에 뒤지며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고 예측했다. 2040년이 넘어가면 실질 GDP 성장률이 0.8%에 그쳐 주요국 중 일본(0.7%)과 나란히 최하위권으로 처진다고 했다. 2060년대에는 주요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15년 전 골드만삭스는 달랐다. 한국의 미래는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고 했다. 2007년 보고서는 “한국은 2050년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2위 부국에 올라선다”고 했다. “한국은 지금 GDP 기준 세계 11위지만, 2025년 9위로 올라서고 205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8만1000달러로 일본, 독일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된다”고 했다. 11개 신흥 경제 강국 중 최고라고 했다.
그런데 180도 달라졌다. 한국은 제치고, 따돌리는 나라에서 추월당하는 나라로 역할이 바뀌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급전직하라고 평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당황스러운 일이다.
둘 중 하나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엉터리일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해야 한다.
골드만삭스도 모를 리 없겠지만, 우리는 반도체 강국이다. D램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시장의 70%를 석권하고 있다. 싸구려 차로 통하던 한국 차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8번째 나라가 됐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선 7번째 국가다. 흙바닥에서 시작했지만 번듯한 경제 강국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일어난다. 올해로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이 일본을 앞선 지 10년째다. 10년이나 됐으니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놀라운 일이다. 이게 가능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더 길었기 때문이다.
내년에 한일 1인당 국민소득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올해 한일 간 1인당 국민소득 차이는 역대 최소인 766달러까지 좁혀진다. 지난 14일 일본경제연구센터는 내년에 일본(3만3334달러)이 한국(3만4505달러)에 추월당한다고 예측했다. 지난해에는 2027년에 역전당할 것이라고 했는데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지금은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지만, 50년 뒤 나이지리아가 우리를 앞서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50년 전 한·일 격차보다는 지금 한·나이지리아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년간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세상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라는 약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한 계단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바꿔나가야 했던 일, 고쳐야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시간을 버렸다. 정치 파업에 몰두하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하는 괴물이 되어버린 노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금융,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것으로 만들어 놓은 학교 교육을 “오늘 당장 바꿔야 한다”고 하지 않고 “내일 바꾸자”고 미뤄왔다. 여당에서 2027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만들겠다고 한다. 우리보다 먼저 4만달러 고지를 밟았던 다섯 나라는 3만달러 돌파 후 평균 6년이 걸렸다. 우리는 예정대로 된다고 해도 10년이다. 후발 주자인데 4년쯤 뒤진 것은 대수롭지 않다고 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언젠가 나이지리아의 뒷자리에 앉는 날이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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