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면 나뭇잎 다시 보면 개구리

유지한 기자 2022. 12.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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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에 사는 야행성 유리개구리
낮에 잘 때 적혈구 90% 간에 저장
몸 투명하게 만들어 포식자 피해
혈액 응고 방지 신약에 응용키로
몸을 투명하게 한 채로 나뭇잎에 붙어 잠든 유리개구리. 유리개구리는 적혈구의 90%를 간에 저장해 몸을 투명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시 델리아

그냥 바라보면 초록빛의 나뭇잎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투명한 개구리가 나뭇잎에 붙어 있다. 과학자들이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개구리의 비밀을 밝혔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유리개구리가 혈액의 적혈구를 간에 숨겨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포식자의 눈을 피한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22일 밝혔다.

크기가 불과 몇 ㎝에 불과한 북방 유리개구리(Hyalinobatrachium fleischmanni)는 주로 중남미에 서식한다.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한다. 유리개구리는 자는 동안 근육과 피부가 투명해지며 뼈와 눈, 내장기관들만 보인다. 식물의 초록빛에 어우러져 눈에 띄지 않는다.

해양 생물들 중에는 피부색을 바꾸거나 몸을 완전히 투명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육지에서는 찾기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적혈구 때문이다. 혈액 속 적혈구는 초록빛을 흡수하고 붉은빛을 반사한다. 초록색의 육지 자연환경에서 동물이 더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연구진은 유리개구리가 투명해질 때마다 순환하는 혈액 속 적혈구가 사라지는 모습을 관찰했다. 적혈구를 혈관 밖으로 밀어내 반사막에 싸여 있는 내부 장기 중 하나에 저장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투명한 상태의 유리개구리를 연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미국 자연사박물관 제시 델리아 박사는 “개구리가 깨어 있을 때 혹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취 상태에서 순환계는 적혈구로 가득 찼다”며 “투명성을 연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잠을 잘 때인데 이를 실험실에서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연구진은 ‘광음향현미경(PAM)’이란 영상 기술을 이용했다. 조영제를 투입하지 않고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유리개구리가 나뭇잎에서 자는 것처럼 배양접시에서 잘 때 녹색 레이저를 쐈다. 유리개구리 몸 안에 있는 적혈구는 초록빛을 흡수한 뒤 초음파를 방출했고, 이후 센서를 통해 적혈구를 추적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유리개구리가 잠이 들었을 때 순환하는 적혈구의 90%를 간에 저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유리개구리가 활동할 때는 간에서 적혈구가 흘러나왔고 잠을 자는 동안에는 다시 간으로 모였다. 연구진은 “유리개구리가 휴식할 때 혈액에서 거의 모든 적혈구를 반사체로 코팅된 간에 숨긴다”며 “활동할 때는 다시 혈관으로 보낸다”고 했다.

이번 연구가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일반 동물들에게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몇 시간 동안 사라지면 치명적이다. 또 혈액이 한곳에 집중되면 응고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유리개구리는 간에 모든 적혈구를 저장하면서도 혈전이 생기지 않고 주변 조직에 손상도 주지 않으며 살아남는다. 혈액 응고 방지제의 개발을 위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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