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 한국을 자원부국 만들 마지막 ‘블루오션’
달에는 지구서 250년 쓸 수 있는
수 많은 청정에너지 잠들어 있어
독자적인 달 자원 탐사·개발 위한
과학기술 비전의 제시 필요한 때
우리나라 첫 달 궤도선 ‘다누리’가 달 임무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검은 토끼의 해’로 불리는 2023년 계묘년에도 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50년 전 달이 냉전 시대의 패권 다툼과 국력 과시용이었다면, 이제는 ‘무한한 광물자원의 확보’라는 목표로 달 탐사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나라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정상적인 임무 수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달 착륙선 개발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여기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이고 주도적인 달 자원 탐사와 개발, 한 발 앞선 과학기술 비전의 제시가 필요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우주탐사 도전장’은 다음 세대를 이어갈 꿈나무들의 꿈을 키워주는 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달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를 넘어 달, 그리고 화성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달을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 또 달에 가기 위한 과정의 노력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기에 달은 매력적이다.
지구와 달리 중력과 자기장이 미치지 않는 달은 수십억 년 동안 태양풍과 우주 감마선의 영향을 받아왔다. 그로 인해 화강암질과 현무암질 암편이 뒤섞여 있어 달의 진화를 추적하는 연구가 가능하다. 이는 지구의 과거 자취를 좇을 수 있는 살아있는 연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달은 인류에게 필요한 자원의 보고(寶庫)이자 무궁무진한 우주자원의 가치, 즉 ‘하늘 광산’을 기대하게 한다. 달에 대기가 없다는 것은 우주 곳곳에서 날아온 운석과 소행성이 그대로 표면에 쌓여 아직 범접하지 못한 청정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누리호에 탑재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분광기(KGRS)가 그것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극지방에는 얼음과 타이타늄, 철광석이 존재하고 그것들이 뭉쳐 만들어진 일메나이트 속에는 차세대 핵융합 발전의 에너지원인 헬륨-3가 가득하다. 바로 지구에서 250년간 쓸 수 있는 청정에너지가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유일한 대항마는 바로 ‘달에 있는 희토류’다. 물론 현재 과학기술 수준에서는 달에 있는 자원은 일부 원격탐사만 가능하고, 현지에서 채굴하고 정제해 지구로 운송하는 과정은 풀어야 할 과학 난제이다. 달 현지에서 필요한 자원을 직접 조달해 활용하는 우주현지자원활용기술(ISRU)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지구가 몸살을 계속 앓으며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인류는 또 다른 미래의 거주지를 물색하고 있다. 이른바 ‘화성살이’ 프로젝트다. 포화 상태인 지구를 넘어 제2의 지구로 화성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달은 반드시 경유해야 하는 핵심 정류장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달은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어서 지구에서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먼 우주를 향해 떠날 수 있다. ‘화성살이’를 위한 ‘제1터미널’ 단독 후보로 손색이 없는 이유다. 정류장을 짓기 위해 지구에서 건축자재들을 공수하지 않아도 된다. 달 표면은 레골리스(Regolith)로 불리는 암석 부스러기와 미세한 먼지들로 뒤덮여 있어 현지에서 자체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인류의 달 탐사 재도전을 가리켜 ‘제2의 대항해시대’ 또는 ‘개척시대의 골드러시’로 표현하곤 하지만,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미래를 책임져줄 많은 자원이 달 탐사에 달려 있다. 인류는 달의 광물자원 개발을 통해 다양한 부산물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스페이스X와 아마존이 경쟁하고 있는 우주인터넷 서비스와, 발사체를 재활용하는 우주관광 등 고부가가치 우주산업으로 시선이 새롭게 확장되고 있다.
누리호로 우리는 세계 7번째 우주 강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다누리호가 성공적으로 임무 수행을 마친다면 7번째 달궤도선 보유국이 된다. 누리호도 다누리호도 7번째다. 달 토양에 태극기를 꽂는 것만큼이나,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바로 ‘달 자원의 탐사와 개발’이다.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달 탐사로 우주에서는 자원 빈국이 아닌 자원 부국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무가 있다. 이것이 선행돼야 화성살이도 가능해진다. ‘대한민국 달특별시’의 희토류가 들어간 휴대폰으로 달의 모습을 생생하게 관찰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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