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왜 방과후학교인가
지난 11월 하버드대 주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주제는 코로나19가 방과후학교와 학생에게 끼친 영향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나타난 현상은 비슷했다. 온라인으로 정규수업은 그럭저럭 진행됐지만 방과후 프로그램은 대부분 중단됐고 교강사는 현장을 떠났다. 참석자들은 이런 상황이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전인적 성장과 사회정서 역량의 결핍을 우려했다. 방과후 프로그램에는 협력과 팀워크를 배우는 스포츠 활동, 창의성과 정서발달을 위한 예술프로그램, 사회성을 기르는 놀이와 동아리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방과후학교 중단이 가져온 부정적 영향이 저소득층 자녀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2020년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가 수행한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연구소에 따르면 방과후학교가 문닫음에 따라 아이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스마트폰이나 PC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며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부모가 일해야 하는 취약계층 자녀에게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학생이 성장하려면 발달 초기에 다양한 신체활동과 인적교류를 하면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배우는 사회정서적 경험을 해야 한다. 유초년 단계에 거쳐야 할 발달경험을 놓치면 다음 단계 성장이 어려워진다. 그런 이유에서 선진국들은 유초년기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과후 활동과 돌봄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질 높은 방과후학교, 특히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교실은 민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의 경제활동과 맞벌이부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모가 원하는 것은 안전한 돌봄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지역 살리기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젊은 부부가 일자리 때문에 지역을 떠나지만 자녀를 맘 놓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젊은 세대를 붙들고 싶다면 돌봄교실을 비롯해 최고의 자녀 양육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구감소 시대다. 생산인구가 줄어도 삶의 질과 풍요로움을 유지하려면 구성원 하나하나가 일당백 역량을 지닌 인재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각자 가진 재능과 소질을 키우는 맞춤형 교육이 필수적이다. 학생의 흥미와 선택을 존중하는 방과후학교야말로 맞춤형 인재양성에 안성맞춤이다. 국가 교육과정은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 역량을 제시한다. 이러한 역량은 교과지식을 전달하는 수업만으로 길러지기 어렵다. 다양한 체험과 공동체 활동이 이뤄지는 방과후학교와 교육적 분업을 해야 한다.
방과후학교가 성공하려면 프로그램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의 돌봄교실에 해당하는 스웨덴 '레저타임센터'는 학교 밖 건물에서 놀이, 연극, 예술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학생들은 이에 참여하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생활 민주주의'를 체험한다. 돌봄을 '단순한 보호나 쉼터'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교육형 돌봄이 가능한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과후학교를 정규수업처럼 운영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양한 교육적 실험과 창의적 시도가 담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 방과후학교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학교, 마을, 지자체가 협력해야 한다. 방과후 활동이나 돌봄을 학교에만 떠넘기는 것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마을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교육의 힘으로 발전했다. 앞으로도 인재 주도 성장전략은 유효할 것이다. 다만 획일적 지식전달에 매몰된 과거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무궁무진한 교육적 잠재력을 가진 방과후학교를 온 사회가 지원하는 것은 교육과 인재의 힘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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