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67] 뉴욕 식물원의 기차 쇼
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주인공 존 큐잭과 케이트 베킨세일처럼 센트럴 파크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라디오시티 뮤직홀의 공연을 관람하거나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트리를 구경하는 일은 뉴요커들의 연말이다. 또 하나의 단골 이벤트는 해마다 이맘때 열리는 ‘뉴욕 식물원(New York Botanical Garden)’의 ‘연말 기차 쇼(Holiday Train Show)’다.
1992년 시작되어 30년이 되었다. 식물원 한편의 실내정원에 자유의 여신상, 브루클린 브리지,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부터 양키 스타디움, 아폴로 극장에 이르기까지 190여 개에 달하는 뉴욕의 상징적 건물들을 축소해서 만들어 놓았다. 모형의 재료는 일 년간 식물원의 땅에 떨어진 것들이다. 나뭇가지나 나무껍질, 낙엽은 물론이고, 솔방울, 도토리, 계피 조각, 체리, 씨앗과 열매들이 건축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식물 건축(Botanical Architecture)’이라고 부른다. 이런 재료들을 모으고 연결하고 붙여서 건물 하나를 완성하는 데 평균 천 시간이 소요된다.
거대한 면적의 디오라마를 둘러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건 작은 스케일로 만들어진 장난감 기차들이다. 총길이 800m에 이르는 선로를 따라 25개 모델의 장난감 기차가 입체적으로 건물 사이사이를 관통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장난감 기차는 1950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남자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이었다.
기차는 거의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좋아한다. 타는 것도 좋아하고 기차가 달리는 모습도 좋아한다. 기차 여행에 대한 향수로 마음이 동심이 된다면, 우리 몸을 아주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이 공간들을 더 즐겁게 탐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원더(wonder)’가 ‘가득 찬(full)’ 환상의 세계다.
식물원장의 초대로 백 스테이지를 방문했을 때 장난감 기차들을 운행하는 기관사(?)와 인사를 했다. 백발이 무성한 그는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며 세상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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