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혁명? 5년만에 꺼져버린 불량 권력이었다[김창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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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조심커녕 마구잡이 犯法
탄핵 강도 높게 요구했던 李
알고 보니 무수한 의혹 당사자
권력 영원할 것 같은 착각
자기 경계 소홀해 몰락 자초
5년 전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촛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임기 도중에 끌어내리고 감옥에까지 보냈다. 국가적 불행이지만 한국 정치의 체질 개선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믿었다. 뒤를 이을 정권에 강력한 경고를 주면서 준법성과 도덕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제왕적 권력자도 탄핵당하는 선례를 봤으니 문재인 정권은 극도로 몸조심을 하지 않겠나, 그렇게 짐작했다.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안보실장은 서해 피격 공무원을 월북 몰이한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정원장과 국방장관도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문 정권의 산업부 장관은 부하 과장을 “너 죽을래”라고 겁박해 월성 1호기를 대통령 요구대로 조기 폐쇄하게 만들었다. 역시 직권남용 혐의다. 직권남용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무더기로 기소된 혐의다. 전 정권을 적폐몰이 하던 바로 그 올가미에 자신들이 걸려 넘어졌다.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죄과로 낙인찍었던 ‘블랙리스트’도 문재인 정권에서 판박이처럼 되풀이됐다. 환경부 장관은 징역 2년형이 확정됐고 산업부와 다른 부처에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여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 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2년형을 받았다. 선거개입 혐의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친박(親朴)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점을 유죄 근거로 삼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에 30년 지기인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고 주변에 알렸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7개 조직이 송 후보 경쟁자들을 배제시키거나 낙선시키는 공작을 폈다. 선거 개입 정도가 박 전 대통령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수직 상승하면서 단숨에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10원 한 장 부패도 용납 못한다”고 큰소리쳤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청정수 정치인이 등장했나 싶었다. 알고 보니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는 의혹의 당사자였다. 대부분 탄핵 국면 이전에 저지른 일들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켕기는 구석이 있으면 다른 사람 잘못에 대해서도 말을 삼가는 법이다. 그런 사람이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가장 큰 목소리로 박 전 대통령의 죄를 따져 물었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문 정권 사람들은 무슨 배짱으로 자신들이 단죄한 범법 행위를 아무 거림낌없이 저질렀을까. 온몸에 x칠한 이재명 시장은 도대체 뭘 믿고 겨 묻은 전 정권을 향해 삿대질을 했을까.
2008년 초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직후 “10년 전 대통령 취임식 사진”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때 대통령 주변을 둘러쌌던 핵심 실세들이 5년 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는 ‘노사모’로부터 역적 취급을 받거나 철창 신세를 졌고, 노무현 정권 실세들 역시 5년 후에는 비슷한 신세였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이 5년마다 되풀이돼온 권력의 법칙이다. 그런데도 새로 출범하는 정권들은 자신들만은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문 정권 사람들은 착각의 정도가 특히 심했다. 민주당 대표는 정권 2년 차를 맞으며 20년 집권론을 내놓더니, 몇 달 뒤엔 “5년 임기 대통령을 열 명 계속해서 배출해야 한다”는 50년 집권론을 주장했고, 해가 바뀌자 “한반도 평화 100년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10년 단위로 정권이 진영 사이를 오간 사이클을 깨고 영구 집권 체제를 갖추겠다는 선언이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정권이 상대편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모양이다. 그걸 믿고 대통령과 주변은 대놓고 범죄를 저질렀고, 도저히 덮을 수 없는 의혹을 주렁주렁 단 사람이 대통령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 정권은 스스로를 촛불 혁명의 산물이라고 불렀다. 역대 정권의 뒤를 이은 것이 아니라 하늘이 따로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히 손댈 수 없는 신성한 존재인 양 감시와 견제를 거부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정권의 비위를 들추지 못하도록 윽박질렀다. 그 결과 20년, 50년, 100년은 고사하고 5년 만에 정권을 상대방에 넘겨줬다. 1987년 체제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정권 입장에선 치욕이다. 촛불은 혁명이 아니라 5년 만에 꺼져버린 불량 권력에 불과했다. 오만에 빠진 권력은 반드시 탈이 나고, 국민의 심판을 받기 마련이다. 그 평범한 이치를 깨우쳐주고 2022년은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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