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의 뚝심→정성화의 내공 빛난 '영웅'[TF씨네리뷰]
스크린에 걸린 안중근 의사의 뜨거운 긍지
지난 21일 개봉한 '영웅'(감독 윤제균)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영웅'은 한국 영화 최초로 쌍천만 흥행 기록을 쓴 윤제균 감독이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국내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2009년 뮤지컬 '영웅' 초연을 시작으로 14년 동안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정성화가 영화 '영웅'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품은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 안중근이 1909년 3월 광활한 설원이 펼쳐진 러시아 연추 지역을 걷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안중근과 11명의 동지들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의 한 마디를 잘라내는 단지동맹으로 뜨거운 결의를 다진다.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 분)와 아내, 세 아이를 두고 독립운동을 위해 고향을 떠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3년 이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맹세한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안중근은 동지인 우덕순(조재윤 분), 조도선(배정남 분), 유동하(이현우 분), 마진주(박진주 분)와 함께 거사를 준비한다.
정체를 숨기고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한 독립군 정보원 설희(김고은 분)는 이토 히로부미가 곧 러시아 회담을 위해 하얼빈을 찾는다는 일급 기밀을 전한다. 그렇게 안중근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망설임 없이 총을 겨눈다.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의 존재감은 스크린에서 더욱 빛난다. 누구보다 안중근의 삶과 작품 속 넘버를 잘 이해하고 있는 그는 마지막 넘버 '장부가'까지 관객들을 압도하며 14년의 내공을 여과 없이 발휘한다. 또한 연기의 과함을 덜어내며 매체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접근한 그는 위인 이전에 한 인간이었던 안중근이 느끼는 감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로 분한 나문희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다. 앞서 윤제균 감독이 "'영웅'은 어머니의 영화"라고 말한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보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그 누구도 나문희의 실력을 논하지 않는다. 감히 가늠할 수도 없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의 진심은 결국 관객들을 울리고 만다.
'영웅'은 한국 영화 최초로 배우들이 현장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택하며 현장성과 감정 전달력을 모두 잡았다. 또한 많은 관객들의 우려를 샀던 윤제균 감독의 신파도 과하지 않다.
뮤지컬에서 지적받은 이토 히로부미의 서사를 걷어내며 미화 논란을 피했다. 여기에 안중근과 어머니 조마리아 사이에 더 무게를 두며 모자의 관계성과 안중근의 거사 과정, 그 이후의 시간에 집중한 영리한 각색도 돋보인다. 추운 겨울,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 충분한 작품이다. 러닝타임은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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