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더 효력있게 된 미국의 '타이틀42'는 무엇인가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3년 가까이 미국 남부국경을 통한 미국망명 신청을 완전하게 봉쇄해버렸던 '타이틀42'가 적어도 내년 2월 말까지 더 효력을 지속하게 되었다.
멕시코 접경의 2500㎞ 미 남부 국경선은 정식 이민비자를 얻을 조건이 못되는 세계 각지의 미국 이주시도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열려있는 가능성의 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무섭고 비인간적인 문이지만 목숨을 걸 각오로 달려들다면 열리고 말 것이라고 시도자들의 대종인 중남미인들은 믿고 있다.
이때 차가운 쇠덩이의 미 남부국경 문을 비 이민비자 시도자들이 조금 쉽게 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망명 신청이다. 공식 국경출입 통로로 들어오든 국경을 넘어 불법입국하다 걸리든 국경에서 모든 사람은 해당국에 망명을 신청할 권리가 부여된다고 국제법과 미국 법률은 말하고 있다.
그간 미 국경경비대에 붙잡힌 수천 만 명의 불법입국자들은 그 자리서 망명을 신청했으며 경비대는 이들을 금방 국경 밖으로 쫓아내지 못하고 체포해서 미국내 보호소에 수용했다. 억류자들은 즉각 추방과 이민 재판 회부 두 가지 길로 갈리며 그 수가 더 많은 이민 재판 회부는 미국내 석방 및 생활 허용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2017년 취임 직후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 입국을 금지시켰고 해마다 9만 명 씩 허용하던 세계 난민의 미국 정착 규모를 1만5000명으로 급감시켰다. 이어 미 남부국경 망명 신청자는 즉각 추방을 당하지 않는 케이스더라도 일단 멕시코로 가서 생활하다 미 이민재판에 나와 망명을 주장하도록 멕시코 정부를 협박해 합의시켰다. 공화당원을 중심으로 갈수록 왕성해지는 미국내 반 이민 정서의 끝판왕이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2020년 코로나19가 미국서 본격화한 달인 3월, 코로나 방역은 뒷전으로 돌리고 이 팬데믹을 무기로 미 남부국경을 닫았다. 19세기 말 전염병 확산 차단의 국경 망명신청 중지 규정인 '티이틀42'를 소환해 2차대전 말기 이후 70년 만에 재활용한 것이다. 남부국경서는 망명신청이 불가하므로 불법입국자는 모두 단 몇 시간 만에 국경 밖으로 내동이쳐졌다.
2년 여 동안 코로나를 이유로 한 이 같은 즉각 국경 추방이 250만 건 이뤄졌는데 한 사람이 여러 번 당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남부 국경이 아닌 공항이나 항구로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는 코로나19 테스트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2021년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테스트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남부국경 망명신청 금지' 해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타이틀42는 없애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올 4월 미 보건당국이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을 치명적이 아닌 것으로 평가하자 바이든 정부는 일정한 준비기간을 거쳐 해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공화당 소속 19개주 검찰총장들이 실행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뉴올리언즈의 연방지법 판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망명신청 멕시코인과 망명 옹호단체가 역 소송을 냈고 수도 워싱턴 연방지법 판사가 11월15일 "12월21일 자정을 기해 타이틀42를 해지할 것"을 명령했다.
19개 주 공화당 검찰총장이 항소했고 12월16일 수도 워싱턴 연방항소심이 1심 판결과 명령을 유지해 타이틀42는 12월21일이면 없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멕시코 땅에서 머물고있던 수만 명의 망명신청 시도자들은 21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미국 국경을 불법월경하더라도 즉각 추방되지 않고 '미국서 생활하면서 이민 재판을 기다릴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19개 검찰총장들이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19일 재판 절차를 이유로 1심의 21일 해제를 연기시켰다. 이어 27일 "타이틀42 유지 요구의 검찰총장들 주장을 정식 청문하기"로 5 대 4 판결했다.
동시에 타이틀42는 2월말이나 3월초에 있을 이 청문때까지 지속된다고 대법원은 말했다. 그때까지 타이틀42가 서너달 더 효력을 보장받은 것으로 이번 대법원의 지속 결정은 본안이 아니라 절차상으로 인한 조건부 인용이다.
타이틀42는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보아 대법원 판사들의 본격 심의에서 1심과 2심 판결대로 해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뉴욕 타임스 등은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남부국경서 망명신청을 해 미국 입국과 이민을 시도하는 많은 중남인들에게는 실망스런 5 대 4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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