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문화이야기] 사라장, 중간 박수에는 '어깨짓'…벨소리·플래시에도 '의연한 프로'

김문영 2022. 12. 2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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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장영주)이 3년 만의 내한 공연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인파가 가득 들어찬 객석에서 공연중 잡음이 들리는 해프닝이 수차례 있었지만, 사라장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프로 정신으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연주를 마친 이후 사라장은 자신과 함께 호흡한 바이올리니스트 3명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했고, 연주자들 모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기쁨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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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 곡 모아 들려준 사라장…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 작업 진행
후배 연주자들 가운데 서서 지휘하듯 소리 조율
사라장 포스터 [사진=크레디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장영주)이 3년 만의 내한 공연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사라장이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공연을 한 것은 한국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사라장은 취재진을 향해 한국이 각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제(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객석 역시 사라장을 보려는 열기에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꽉 채워진 모습이었습니다.

객석에는 10대와 20대, 그리고 3040세대와 노년층까지 다양하게 공연을 즐기러 왔습니다. 인파가 가득 들어찬 객석에서 공연중 잡음이 들리는 해프닝이 수차례 있었지만, 사라장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프로 정신으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기자가 관람한 공연 리뷰입니다.

서정성 극대화된 멜로디…바흐 곡에선 후배 바라보며 '대위법' 표현

사라장이 선곡한 첫 번째 곡은 비탈리의 샤콘느 사단조입니다. 사라장은 서정성이 극대화된 멜로디와 그녀의 카리스마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객석을 기준으로 무대를 바라볼 때 왼편에 제1바이올린 5대와 제2바이올린 4대, 오른편에 비올라 3대, 제일 오른편에 첼로 3대와 더블베이스 2대를 배치한 가운데에 서서, 사라장은 지휘자 없이 후배 연주자들을 자신의 활 연주로 이끌어 갔습니다.

굉장히 비장한 주제가이지만 스페인에서 유래한 3박자 춤곡에서 유래된 '샤콘느'.

사라장은 화려한 기교와 대담함이 허용되는 곡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숨이 끊어질 듯 긴장감을 주는 선율과 중간의 고요, 다시 폭발하는 서정성을 보여줬습니다.

사라장은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작품 중 하나인 샤콘느를 이번 연주를 위해 챔버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했는데요.

이에 따라 사라장의 솔로 연주와 함께 더블베이스와 첼로의 소리가 크게 돋보이게 됐으며,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소리도 웅장하게 계속해서 울려퍼지는 소리가 아닌 관객들이 귀 기울여 정성껏 듣게 되는 소리로 변모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 곡,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라단조 연주부터는 하프시코드의 연주가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악장마다 바이올린 연주자 1명씩 차례로 무대 중앙으로 나와 사라장과 나란히 함께 섰습니다.

앞서가는 후배 바이올리니스트의 성부의 선율을 모방해 함께 뒤따라가는 바흐의 대위법을 표현해낸 사라장은 후배를 바라보며 함께 호흡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1악장에서는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대화하는 듯한 대위법의 느낌이 잘 살아났습니다.

연주를 마친 이후 사라장은 자신과 함께 호흡한 바이올리니스트 3명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했고, 연주자들 모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기쁨을 드러냈습니다.

잡음 많았던 2부…굴러 떨어지는 소리, 박수소리, 벨소리

앵콜 공연 전 무대 위의 사라장 [사진=MBN]11

잡음이 많았던 것은 인터미션 이후 비발디의 <사계>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의 연주가 이뤄진 2부 순서 때였습니다.

<사계>의 '봄'에서 악기 단 몇 대만으로 새소리를 구현하고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순간, 객석에서 휴대전화가 크게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공연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휴대전화를 다시 줍기 위해 부스럭대는 소리는 객석에서 나지 않았습니다.

'여름' 1악장이 끝났을 때는 몇몇 '나홀로'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모든 클래식 곡에서는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악장 사이의 박수는 지양되는 것이 원칙인데요. 때문에 연주자들은 다소 곡의 분위기가 다른 2악장을 위해 바로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장 격정적인 '여름'의 3악장 연주가 끝났을 때도 역시 객석 오른편에서 감동을 표현하듯 격한 박수가 재차 터져 나왔습니다.

몇 명이 따라서 박수를 계속 더 치면서 연주를 다시 시작할 시점을 잡기가 애매해지자 사라장이 웃으면서 어깨짓을 했습니다. 그러자 전 객석이 따라서 박수를 쳤고 연주자와 관객 모두 웃음바다에 빠지게 됐습니다.

'겨울' 1악장의 연주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는 객석에서 한 휴대전화의 벨소리가 약 4초간 울려퍼졌습니다. 다행히 1악장의 시작 부분과 벨소리 전자음이 크게 다르지 않아, 소리가 많이 튀지는 않았습니다.

연주자들은 듣지 못한 듯 태연하게 연주를 이어갔으며, 특히 '겨울' 1악장에서 샤콘느에 이어 사라장의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듯한 터져나온 격정적인 바이올린의 묵직한 소리는 관객들이 종전의 소음을 잊고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첼로 연주자 앞에 아주 가까이 서다…지휘자로서도 손색 없는 모습

사라장은 <사계>를 연주하는 동안 첼리스트 심준호의 곁에 자주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심준호의 보면대 바로 앞에 다가갈 정도인데요.

이에 따라 첼리스트도 집중력을 최대로 높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챔버 오케스트라 구성에 따라, 이 첼로 연주자 한 명과 사라장, 단둘이 연주하면서 소리를 극강으로 줄여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든 구간이 다수 있어 제대로 호흡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라장은 곡을 연주하는 내내 활을 켜기 전 자신의 몸짓으로 음의 시작을 자연스럽게 예고하는 방식, 또 연주하는 동안 자신의 박자를 유지하는 방식, 각 연주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연주하는 방식 등을 통해 지휘자의 역할까지 겸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첫 앵콜곡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라장조의 2악장 'G선상의 아리아'.

앵콜곡을 연주하면서 뜨거웠던 객석의 분위기가 차분해진 가운데, 객석에서 휴대전화 동영상을 촬영을 시작하는 '띵동' 소리가 수차례 울렸고 일부 카메라 플래시도 보였습니다.

결국, 첫 번째 앵콜 곡 이후 예술의전당 직원이 무대 앞으로 움직이며 연주중 촬영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몸짓으로 안내했으며, 사라장은 두 번째 앵콜곡으로 관객들의 격정적인 반응이 있었던 <사계>의 '여름' 3악장을 선곡해 연주했습니다.

사라장은 연말 맞이 장식이 돼있는 무대 위에 서서 관객들에게 "안녕하세요 사라장입니다"라며 "한국에 다시 오게 돼 너무 기쁩니다"라는 짤막한 소감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남겼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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