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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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들어서는 산문 가운데 첫 번째 문을 일주문(一柱門)이라고 한다.
종교학자 최준식은 한국 불교가 다른 나라 불교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절의 건축 문화를 들면서 "한국 절은 일단 일주문부터 시작되는데 이런 구조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한국의 종교 불교')고 했다.
일주문은 일심(一心)을 상징한다.
사찰 일주문이 보물로 지정된 건 2006년 부산 범어사 일주문 이후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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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자 유홍준은 “어떤 산사든 입구에서는 먼저 일주문이 나온다. 그리고 일주문에는 ‘가야산 해인사’, ‘가지산 보림사’, ‘만수산 무량사’라는 식으로 무슨 산, 무슨 절이라고 산사임을 밝히며 여기부터는 성역임을 알려준다”고 했다. “일주문부터 사찰의 수호신인 천왕문이 나올 때까지는 긴 진입로가 전개된다. 산사의 진입로. 이는 그냥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성역에 이르는 공간적 시간적 거리를 의미한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
일주문은 일심(一心)을 상징한다. 문밖을 속계(俗界), 문안을 진계(眞界)라 하는데, 이 문을 들어서면 세속의 번뇌로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깨달음의 세계를 향한 첫발을 내딛으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물리적 통제의 문이 아니라 마음의 문이다. 작가 강석경은 일주문을 “고(苦)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서는 경계”라고 한다. “문은 문이되 닫는 문짝이 없느니 누구나 언제나 들어설 수 있는 일주문, 문은 소유를 알리면서 배척을 내포하지만 절의 일주문은 부처님 정토로 통하는 상징으로 서 있다”(‘저 절로 가는 사람’)는 것이다. 시인 조용미가 “저 문을 들어서면 쉽사리 돌아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을 보아버린 자는 다시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일주문을 얕은 둘레에 가두어둔 자들은 알고 있나 보다”(‘일주문’)라고 노래한 이유다.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남 순천 선암사, 경북 문경 봉암사, 대구 동화사, 전남 구례 천은사의 일주문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사찰 일주문이 보물로 지정된 건 2006년 부산 범어사 일주문 이후 두 번째다. 등산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일주문을 다시 한번 찬찬히 보게 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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