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왜 격추하지 못했나”
北 의도 파악하는 일이 더 중요
도발에 또 뒤통수 맞는 일 없어야
군 몰아세우는 일 없는 새해 되길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길 것 같다. 신냉전 체제가 고착화하고 평화는 아득하다. 장기전의 분수령이 된 여러 전투가 있었다.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 침몰도 그중 하나다. 지난 4월14일 저녁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남쪽을 항해 중이던 모스크바함을 향해 4발의 넵튠(Neptune) 지대함 순항미사일이 발사됐다. 두 발은 모스크바함 방공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지만 나머지 두 발은 명중돼 폭발했다. 이틀 뒤 미국 국방부는 모스크바함이 우크라이나의 넵튠 대함 미사일 2발을 얻어맞고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도 이에 못지않다. 침투한 무인기 5대 중 4대는 우리 군의 관심을 유도한 뒤 종적을 감췄다. 그 사이 나머지 1대가 여유롭게 수도권을 헤집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필경 의도된 교란 작전이다. 혼란을 가중해 우리 군 대응 태세를 떠보려 했을 것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궤계’(詭計: 속여서 치는 행위)와 다름없다. 군이 호들갑을 떨었음에도 유유히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으로 돌아갔다니 궤계가 통했다고 봐야 할까. 군 관계자는 이런 분석을 내놨다. “북한은 우리가 민간인 피해를 무릅쓰고라도 무인기를 격추하길 바랐을지 모른다. 20㎜ 벌컨포나 30㎜ 차륜형 대공포로 쐈다면 낙탄 피해는 불 보듯 했다. 그래서 남남 갈등이 야기되길 원했을 수도 있다”라고. 가정이긴 하나 듣고 보니 “왜 격추하지 못했냐”고 막무가내로 나무라기가 좀 그렇다.
아니면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도발의 전초전쯤으로 여겨야 하나. 최근 남북 대치 기류는 북극 소용돌이 한파만큼이나 얼어붙었다. 북한은 지난 10월14일 이른 새벽과 오후에 9·19 군사합의로 금지된 북방한계선(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로 포병 사격을 감행했다.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은 의도된 일련의 도발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북한의 추가 도발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무인기로 무뎌진 우리 군 대응까지 확인한 마당인데. 노림수는 더 정교해질 게다. 과거 행태를 보면 예상 밖 장소와 시간에 도발하는 경우가 숱했다. 다시 북한의 도발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아픔을 반복해선 안 된다. 그러려면 치밀한 분석과 준비는 기본이다. 모스크바함 침몰이 던진 교훈이기도 하다. 스산했던 한 해가 저문다. 군을 몰아세우는 일이 없는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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