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문해력 논란과 배제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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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벨이 울린 시각은, 그날 밤 10시30분쯤이었을 것이다.
너무 이른 시각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평소 늦지 않은 시각에 자는 습관에다가 주중의 피로가 몰려와서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진 거였다.
나는 얼른 고치라고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말의 의미부터 서로 달리 이해하고 오해한다고 하면 어떤 대화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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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벨이 울린 시각은, 그날 밤 10시30분쯤이었을 것이다. 미안하게도, 그때 나는 자고 있었다. 너무 이른 시각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평소 늦지 않은 시각에 자는 습관에다가 주중의 피로가 몰려와서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진 거였다. 신춘문예 및 세계문학상 진행을 위한 실무가 이 주일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처음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 옆의 괄호 안에 ‘甚深’이라는 한자 대신 ‘深深’을 넣었다. 기사를 쓸 당시에는 국어사전을 보지 않았다. 당연히 ‘같은 한자를 연달아 쓸 경우 한 글자가 부사처럼 쓰여서 그 뜻을 강조한다’는 한문 문법에 따라 ‘깊을 심(深)’자를 두 번 쓴 것이었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금성판 국어사전에서 ‘심심하다’를 찾아봤다. 순 우리말인 ‘심심하다’(‘맛이 심심하다’와 ‘지루하고 재미없다’ 두 가지)와 한자에서 유래한 ‘심심(深甚)하다’와 ‘심심(深深)하다’ 네 개가 있었다. 따라서 ‘심심한 사과나 감사’의 표현에는 한자 ‘深深’을 써선 안 됐다. 게다가 금성판 국어사전에선 ‘심심한 사과’의 한자는 ‘深甚’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다른 곳에선 ‘甚深’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불경이나 고문을 살펴보니 ‘甚深’이 우선 눈에 띄었고.
웃지 못할 일을 겪고 나니, 한자를 병기하지 않은 채 ‘심심하다’는 뜻을 ‘맛이 심심하다’거나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잘못 이해했다고 사람들을 쉽게 비판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한자가 옆에 병기되지 않으면, 한글 말뜻은 문장이나 전후 맥락에 따라 이해할 수밖에 없다. 문장이나 전후 맥락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다면, ‘심심하다’는 애초부터 오해 또는 잘못된 이해의 가능성이 무려 75%나 내포된 셈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말글 생활에서 한글을 제외하고 한자든 영어든 외국어를 배제하고 추방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선 한글의 많은 부문을 차지하는 한문 교육이 외면받고, 꼭 필요해 보이지만 한글 외의 이방어는 철저히 배제된다. 당장 신문만 펴들어도 쉽게 알 수 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서로 대화하기 쉽지 않고 소통은 더욱 아득해진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말의 의미부터 서로 달리 이해하고 오해한다고 하면 어떤 대화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란 존재의 집’ 아니던가.
말과 글, 대화와 소통이 한 사회와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중요하다면, 문장이나 전후 맥락을 살펴서 그 의미를 헤아리라고 모든 책임을 독자나 상대에게만 무책임하게 떠넘길 게 아니다. 오해를 줄이고 더 정확한 이해를 통해 대화와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한글 옆에 한자든 영어든 병기를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김용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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