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력 마피아가 재앙” 반성…후쿠시마 사고 계기로 대수술

박동환 기자(zacky@mk.co.kr) 2022. 12. 2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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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과 달리 송·배전, 소매 시장 독점구조 탈피
전경련 “소매 부문 경쟁 도입부터 논의해야”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교도 = 연합뉴스]
‘전력 마피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득권이 강했던 일본의 전력산업이 구조적으로 개편된 계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였다. 당시 원전 관리를 책임지고 있던 도쿄전력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해 거센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필요성이 거론지만 전력회사 산하의 노조 반발에 밀려 번번이 좌절되다가 결국 원전 폭발 사고를 계기로 개편이 진행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2013년 △전력 안정공급 △전기요금 인상 억제 △소비자의 전력회사 선택폭 및 사업자 사업기회 확대 등을 목적으로 ‘전력시스템에 관한 개혁 방침’을 발표하고 3단계에 걸친 전력시스템 개혁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 전력소매시장 전면자유화가 시행됐고, 2020년에는 송·배전부문의 법적 분리가 시행되면서 기존 전력회사의 송배전 부문을 법적으로 분리시켰다.

일본 대표 전력회사인 도쿄전력은 송·배전, 발전, 소매 부문을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 독립시키고 원자력부문은 지주회사에서 관리하도록 구조개편을 단행했다. 또 화력발전부문은 다른 전력회사 발전 부문과 통합해 사업 효율성을 제고했다. 이런 구조개편을 통해

현재는 기존의 ‘발전-소매’ 겸업 10대 전력회사(도쿄·주부·간사이·주고쿠·시코쿠·규슈·도호쿠·호쿠리·훗카이도·오키나와 전력)와 신규 소매사업자 간에 시장 경쟁이 활성화 된 상태다.

2020년 기준 일본의 전력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송전과 배전 부문에 각각 10개의 독립법인이 존재하고 있다. 발전과 소매 부문도 10대 전력회사가 각각 70%, 82%를 차지한 가운데 신규 소매사업자와 경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전력소매시장 전면자유화 계획 발표 이후 신전력사업자의 수가 급증했고, 가스, 정유,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업계와 분야에서도 전력소매시장 진출이 이뤄졌다. 실제 일본의 전력사업자 수는 2013년 126개사에서 2015년 중반 734개사로 급증했다.

전력소매 시장에 다양한 에너지 기업이 진입하면서 주요 전력회사의 영업 전략도 변화했고, 전력회사들은 기존 고객 유지 및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통신 및 가스 서비스 회사와의 연계를 강화했다. 통신·가스 등 이종 산업 사업자가 전력 소매시장에 진출해 다양한 전력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된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전기요금에 상한선을 정해두는 상황에서 최근 연료비가 급격하게 올랐고 민간 소규모 판매회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도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경쟁과 공정의 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 및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 확립’이라고 내건 만큼 전력산업에 대한 경쟁체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시장원리를 무시한 공공독점 체제는 한전 만성적자의 근본 원인이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며 “한국의 전력산업을 보다 시장친화적이고 혁신주도적인 체질로 개선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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