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직접 찾아낸 양천의 잊혀진 ‘동네 역사’

이진주 기자 2022. 12. 2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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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기록활동가 17명
서울 양천구 주민 기록활동가들은 “변화하는 마을의 모습을 꾸준히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왼쪽부터 양천구 주민 기록활동가 문정순씨, 한미미씨, 홍은경씨, 이희숙씨, 서인숙씨. 한수빈 기자
8개월간 사진 등 총 825건 발굴
내년 12월까지 전시 진행도
“후손에 유산 남길 수 있어 보람”

“변화하는 마을의 모습을 꾸준히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전해야 합니다.”

지역 토박이들에게는 추억을, 젊은 주민들에게는 지역에 대해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마을 기록 전시전인 ‘양천은 기록 중’이 지난 19일부터 서울 양천구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양천구에 사는 주민 기록활동가 17명이 직접 발로 뛰며 찾아낸 마을 기록물을 볼 수 있다.

지난 27일 양천문화회관에서 만난 주민 기록활동가 5인은 “마을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마을 기록이 일회성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앞서 양천구청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 등 가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지난해 12월 구민을 대상으로 주민 기록활동가를 모집했다. 선정된 이들은 ‘옛 지명팀’ ‘문방구팀’ ‘신월6동팀’ ‘목1단지팀’ ‘구옥팀’ ‘커피아저씨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어 지난 2월부터 8개월간 사진, 문서, 영상 등 총 825건의 마을 기록물을 발굴했다.

신월6동팀은 양천아카이브사진연구회(사진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문정순씨(55)를 주축으로 사진연구회 회원들로 구성됐다. 문씨는 “사진연구회 회원들은 2016년부터 신월6동의 재개발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왔다”며 “그간 찍은 사진과 주민들의 구술을 기록해 뜻깊은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양천구 내에 재개발될 곳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민관이 함께 꾸준히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85년 준공해 현재는 재건축을 앞둔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단지(목1단지)의 경관을 기록한 자료는 목1단지팀의 결과물이다.

홍은경씨(58)는 “단지가 재건축되면 사라질 경관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팀원들과 단지 내 탐방길 14곳을 발굴해 사진과 그림으로 남겼다”며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전경이나 지도를 그리기 위해 개인적으로 문화센터에서 6개월간 그림도 배웠다”고 했다.

옛 지명팀의 서인숙씨(57)는 팀원들과 현재 남아있는 약 56건의 옛 지명을 발굴해 사진과 음성 파일 등으로 기록했다. 서씨는 “한 지역에 오래 살아도 옛 이름이나 유래는 알기 어렵고 주민들의 관심도 적다”며 “70~80대 어르신들을 인터뷰했는데 고령에도 옛일을 또렷하게 기억하셔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학교나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에 공동묘지 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담고 싶었지만 거주 중인 주민들을 생각해 온전히 전달할 수 없어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30년 차 양천구 주민이자 아이 넷의 엄마인 한미미씨(48)는 지역 내 오래된 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을 섭외해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양천구 대부분이 개발돼 아파트 일색이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주택도 많았다”며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분들의 이야기에서 정을 느낄 수 있었고 낯선 이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문을 열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아파트만 덩그러니 있던 1988년 목동으로 이사 와 신정동, 신월동 일대가 재개발되는 과정을 지켜봐온 이희숙씨(62)에게 이번 발굴 작업은 더욱 특별했다. 그는 “제가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우리 단지를 제외한 주변이 온통 밭이라 해바라기꽃을 심기도 했는데 참 많이 바뀌었다”며 “단지별로 기록관을 만들어 우리 단지의 옛 모습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기록을 남기는 과정에서 저희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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