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실학자 홍대용의 ‘혼천시계’ 260년 만에 복원

이정호 기자 2022. 12. 2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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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2년 만든 기계식 천문시계
내년 봄 국립중앙과학관 전시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이자 과학사상가 담헌(湛軒) 홍대용(1731~1783) 등이 만든 천문시계 ‘혼천시계(통천의·사진)’가 260년 만에 실물로 복원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은 28일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조선 후기 혼천시계 복원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혼천시계는 북학파 천문학자 홍대용과 호남 지역에서 활동하던 과학자 나경적(1690~1762)이 1762년에 만든 기계식 천문시계다. 홍대용의 저서 <담헌서>와 <농수각의기지(籠水閣儀器志)>에 통천의라는 이름으로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다.

혼천시계는 물의 힘(수격식) 또는 추의 힘(추동식)을 사용해 움직이는 기계 장치를 천체 관측 기구인 혼천의(渾天儀)와 연결해 절기와 시각 등을 알려주는 천문시계다. 이는 1438년 장영실이 발명한 ‘흠경각 옥루’ 이후 1669년 송이영의 혼천시계 등으로 명맥이 이어진 조선 전통의 천문시계다.

복원된 혼천시계는 천체의 운행을 통해 날짜와 시각을 알려주는 혼천의에 추의 힘으로 작동하는 자명종을 연결한 방식이다. 혼천의 안에 태양을 상징하는 태양진상(太陽眞象)이 1년 절기와 하루의 시각을 알려주고, 달을 나타내는 태음진상(太陰眞象)이 음력 날짜를 알려준다.

이는 자명종 추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송이영 혼천시계를 계승하면서 기계적 메커니즘을 한 단계 발전시킨 과학기술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혼천시계는 전라도 나주목이라는 지방관청을 중심으로 실학자들이 공동 개발한 천문시계라는 의미가 있다고 중앙과학관은 설명했다. 복원 연구 책임자 윤용현 박사(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는 2년 동안 진행한 ‘조선 후기 기계시계 장치 전시품 개발 연구’를 통해 홍대용-나경적의 혼천시계를 현대에 되살려냈다.

이석래 중앙과학관장은 “내년 봄부터 과학관 내 과학기술관에서 복원 혼천시계를 전시하고 관람객이 핵심 원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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