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임대주택사업자제도’ 5년 전은 틀리고 지금은 맞는가[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목 중 하나는 부동산 규제 완화다. 그중 지난 정부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민간임대주택사업자제도 부활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장 기다리던 속칭 핫한 정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주택임대사업 관련 제도의 규제 완화가 포함되어 있던 터라 얼마나 파격적인 수준으로 돌아가거나 확대될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민간임대주택사업자제도는 일정 기간 동안 임대인에게 취득·재산·소득세 등의 감면 등 혜택을 주는 대신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의무 임대기간을 준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내용에 따르면 수도권 6억원 이하, 비수도권 3억원 이하 등록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규제지역에 상관없이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한다. 특히 의무 임대기간을 15년으로 하면 수도권은 9억원 이하, 비수도권은 6억원 이하 등록 임대주택까지 세제혜택 대상이 된다.
신규 아파트를 매입하는 임대사업자는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된다. 60㎡ 이하는 85~100%, 60㎡ 초과~85㎡ 이하는 50%의 취득세 감면이 이뤄진다. 한편 절세만을 목적으로 한 사업자 난립에 따른 투기 수요 방지를 위해 신규 매입임대 사업자는 주택 유형과 개인·법인에 관계없이 2채 이상 등록할 때만 사업자 신규등록을 허용하도록 했다.
올해 유난히 거래도 실종되고 전세와 매매 모두 급격하게 가격이 하락하고 있던 터라 정부의 정책방향이 발표되면서 경기도, 인천 등지에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단지의 분양가 이하로 거래되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급매로 싸게 나오는 기존 주택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주택 임차 시장은 민간 의존도가 높고 전세를 통한 사금융 제도가 여전히 임차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전셋값도 오르기 때문에 여전히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임대료 부담이 세입자에게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저렴한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공약이자 과제였으나 한정된 재정과 대도시의 토지자원 부족으로 사실상 공공에서 필요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이런 현실에서 민간의 협조가 필요했고 주택임대사업 제도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2017년 12월 지난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사업자제도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때는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금리도 낮은 상황이라 더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매수 수요를 부채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급속하게 냉각되고 거래가 단절되고 있다. 시장 상황은 2017년과 극명하게 다르고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이 우리 경제에 안기는 부담도 작지 않다. 같은 제도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고 이에 따른 판단은 정부의 몫이다.
대기업에서 퇴직한 A씨는 노후를 위해 수원 대학가에 10여실의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4년간 민간임대주택사업자 임대를 종료한 후 세제 혜택 등의 변화로 계속 임대하자니 세부담이 급격히 늘고 대출 규제 등으로 매도도 쉽지 않아 결국 시세보다 낮게 처분했다. A씨는 정부가 마련한 틀 안에서 임대료 상한을 준수해 왔는데 4년이 지나고 나니 투기꾼이 되어 있더라며 주변에 민간임대주택사업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말리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10년 또는 15년 이후 주택시장을 그 누가 알까? 다만 민간임대주택사업자제도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목적보다는 주택 임대차시장 안정이 더 근본적인 목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합리적이고 디테일하게 차려입은 정책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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