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급증·솔리다임 적자·중국 공장 위기…SK하이닉스 ‘삼중고’

이재덕 기자 2022. 12. 2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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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추산 재고일수 최대 39.5주…메모리 가격 하락도 부담
2년 전 인수한 솔리다임, 3분기 영업손실 커 ‘애물단지’로 전락
우시·다롄공장도 ‘미 제재’로 적신호…“내년 하반기 회복할 듯”

SK하이닉스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메모리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4분기 ‘조’ 단위 적자를 앞두고 있는 데다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사업부 솔리다임은 손실을 키우는 원인이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중국 현지 반도체 공장들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부터 ‘반도체 다운턴(하락기)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조직운영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높은 재고 수준이 문제다.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재고 일수를 최대 39.5주로 추산하고 있다. “사실상 재고만으로도 내년 영업이 가능한 수준”(이베스트투자증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고가 쌓인 상황에서 메모리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2년 전 90억달러(약 10조원)나 들여 인텔에서 인수한 솔리다임은 적자 폭을 키우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SK하이닉스는 인수 당시만 해도 솔리다임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솔리다임은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플로팅 게이트’(폴리실리콘에 전하를 저장) 방식의 낸드 적층기술을 갖춘 반면, SK하이닉스는 고용량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CTF(부도체에 전하를 저장) 방식의 낸드 적층기술이 있어 상호보완하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인수 직후부터 솔리다임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합친 후 재무제표를 보니 기대하던 수치와 너무나 달랐는데, 무엇보다 재고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면서 “증권가에서는 과연 이게 90억달러짜리가 맞느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솔리다임을 포함한 SK하이닉스 미국 낸드 법인은 올해 3분기 61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는 중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진행됐고, 인수 초기라 일회성 비용이 늘며 손실폭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SK하이닉스의 우시(D램), 다롄(낸드) 공장 운영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난 10월 미국은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등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의 46%, 낸드의 25%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미국이 한국 기업에게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지만, 이 조치가 계속 연장되지 않는 한 SK하이닉스는 중국 생산설비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업황이 내년 하반기쯤에나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그때까지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내년에 서버 시장이 살아나면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매출도 다시 늘고 솔리다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 공장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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