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폐지값 폭락에 ‘생계 막막’…분리수거 정책 수술 시급
[앵커]
올해 폐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집하는 분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공 비축으로 공급량 조절에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분리 수거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기후위기대응팀, 이정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파에 쌓인 눈까지 얼어붙은 거리.
10분이 지나서야 빈 수레에 폐지를 담습니다.
테이프를 뜯고, 다시 펼치고.
쉬지 않고 꼬박 세 시간을 모아 겨우 한 수레를 채웠습니다.
["115kg 곱하기 60원, 6,900원. 6,900원인데 아저씨는 10원 더 드려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다시 빈 수레를 끌고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길 여러 번, 하루 세 수레를 모아 손에 쥐는 돈은 만 5천 원 정도입니다.
[폐지 수집인 : "여기 하나 가득 실어야 5,000~6,000원 벌어요. 그래도 할 수 없이 해야 하니까…."]
지난해 말, Kg 당 153원까지 치솟았던 폐지 가격이 지난달 84원까지 폭락했습니다.
수요 예측 실패가 핵심 원인입니다.
제지 회사 재고가 2020년 이후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제지 회사들이 코로나19로 택배 상자 수요가 폭증할 거로 보고 폐지를 쌓아뒀는데, 거리두기 해제로 수요가 크게 줄었습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공공비축으로 공급을 조절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운영하는 공공 비축 창고입니다.
지난 10월부터 쌓인 8천 9백여 톤의 폐지가 이 공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정부가 전국에 비축해 놓은 폐지만 창고 6곳에 2만 8천 톤.
그동안 수요 조절을 해주던 동남아 수출길까지 좁아졌습니다.
질 좋고 값싼 유럽산 폐지에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류정용/강원대 제지공학과 교수 : "무턱대고 쌓아놓은 것이 과연 최선일까, 이 부분은 저희가 조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대안은 없는 걸까요?
내수 수요는 정부 공공비축제로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수출이 문제입니다.
우리의 종이 회수율은 85.9%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습니다.
그런데 정작 회수한 종이를 재활용하는 게 문제입니다.
경기도 한 아파트의 종이 분리수거함입니다.
흰 종이에다 신문지와 전단지까지 섞여있습니다.
분리했다 해도 폐지 압축 더미에선 모두 섞이는 데다, CD와 비닐 봉지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화장지나 신문지로는 다시 재활용되지 못하고, 국내 폐지는 노란 골판지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품질이 낮아 경쟁력도 없습니다.
우리 폐지 수출 실적이 4년 전 잠깐 늘었다가 계속 제자리걸음인 이유입니다.
일본은 신문지와 골판지 등 품종별로 따로따로 회수해 다양하게 재활용합니다.
품질이 좋아 수출 실적도 우리보다 7배 넘게 많습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처음으로 종이 분리수거 실태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분리수거 질을 높여야 재활용 시장의 목적을 살릴 수 있을 겁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이정은 기자 (279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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