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 “무단 입국자 즉시 추방 유지”…바이든 ‘친이민’ 제동
‘코로나 확산 방지’ 명목으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 도입
멕시코로 250만명 돌려보내
인권단체 “망명자 권리 침해”
보수파 고서치 ‘반대’ 눈길
“우린 최종 정책 결정자 아냐”
미국 연방대법원이 27일(현지시간) 무단 입국한 이민자들을 국경에서 즉시 추방하도록 한 ‘타이틀42’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라고 판결했다. 대법관 9명 중 5명이 유지에 찬성했고, 4명은 중단에 표를 던졌다. 인권단체들은 폭력과 박해를 피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려는 이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방대법원이 이날 ‘유지 명령’을 내린 타이틀42는 망명 신청을 위해 미국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입국자들을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들어 즉각 강제 추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기인 2020년 3월 연방보건법상 조치로 도입됐다.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 도착한 250만명 이상을 멕시코로 돌려보낸 것으로 추산된다.
대법원은 타이틀42 유지 판결을 내리면서 내년 2월에 이 조치에 관한 구두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6월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이때까지 국경에 온 이민자를 즉시 추방하는 정책이 유지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했던 국경에서의 망명 신청 절차 복원도 당분간 어려워지게 됐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으로 타이틀42 종료 시 이민자 급증 등의 영향을 우려하며 소송을 제기한 공화당 소속 19개주 법무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지난달 워싱턴 연방법원은 이 조치에 대해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면서 12월21일까지 종료하도록 결정했지만, 연방대법원이 관련 사안 심의에 착수하며 보류된 바 있다.
최근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국 남부 지역에는 타이틀42 조치가 곧 폐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으로 오려는 이민 행렬이 평소보다 급증한 상태였다. CNN방송은 최근 혹한에도 불구하고 텍사스와 멕시코 접경 리오그란데 강변에서 뗏목을 타고 건너는 이민자들이 급증했고, 특히 멕시코 쪽에서 대기 중인 이민자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리오그란데 인근에서 오는 일일 입국자 수는 900~12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중남미 이민자의 다수를 차지해온 멕시코, 중미 3개국(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출신 외에도 베네수엘라, 쿠바, 아이티 등 정정 불안이 심각한 나라 출신 이민자가 늘고 있어 국경에서 망명 신청 절차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인권단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타이틀42는 연방정부가 망명 신청자들을 청문 절차 없이 추방하는 데 활용돼 왔다”며 비판했다. 여성난민연구센터 멜리사 크로 소송디렉터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박해를 피해서 온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며 “안전을 찾아 국경에 온 사람들은 또다시 혹한과 끝 모를 폭력의 위협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이 3명의 진보 대법관들과 함께 다수 결정에 반기를 든 점은 눈길을 끈다. 고서치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지금의 국경 위기는 코로나19 위기가 아니다”라면서 “법원은 선출직 관리들이 다른 긴급 사태 해결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특정 긴급 사태를 위해 설계된 행정명령을 영구화하는 일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법정이지 최후의 정책 결정자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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