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기한 국민 5,126명, 2022년 맞습니까
[앵커]
한해를 마무리하는 KBS의 연속 기획, 우리 사회의 '안전' 문제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오늘(28일)은 사회가 발견 못 하고 내버려 둔 취약 계층 문제입니다.
빈곤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 사건, 기억하실 텐데요.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책은 나오지만 위기 가구를 보호할 '사회 안전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단지, 연락이 닿지 않아서 정부 지원에서 빠진 사람만 전국에 5천 명이 넘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수원.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골목입니다.
지난 8월, 이곳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치료가 힘든 병, 사업 실패로 떠안은 빚까지 감당할 수 없는 생활고를 겪었던 '수원 세 모녀'.
정부의 지원이 절실했지만, 이들은 생전에 단 한 차례도 '위기가구'로 포착되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7/지난 8월 25일 : "마지막 길도 쓸쓸하게 떠나게 됐습니다. 가족의 시신을 인도받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자…."]
불 꺼진 창문, 집은 넉 달째 비어 있습니다.
세 모녀 흔적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웃들은 아직도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방칠성/'수원 세모녀' 이웃 : "너무 기가 막히고 또 너무 안타까워서 말이 안 나왔죠. 또 바로 이웃이니까요."]
'가난'이 곧 '비극'이 되는 동안, 정부 역할은 부재했고, 사회복지는 미비했습니다.
장기간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자, 지자체에서 실태 파악에 나서긴 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등록된 주소지와 다른 곳에서 살고 있던 이 가족을, 끝까지 찾아내려는 기관은 없었습니다.
[방칠성/'수원 세모녀' 이웃 :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못 먹어서 이렇게 헐벗고 굶주려서 (죽을까?) 그렇지만 저희들이 볼 때는 지금도 못 먹고 헐벗은 자들이 많아요."]
이런 일은 끊이지를 않습니다.
20년 전 북한을 떠나 국내에 정착한 40대 김 모 씨.
관리비가 밀리자 공무원이 집 앞까지 찾아가 보긴 했지만 김 씨를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지난 10월 그는 결국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서재평/변사 탈북자 동료 :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금 시스템이 아닌가. 그냥 형식적으로 그래도 찾아갔다고 실적에 그치는 상황이어서 지금은…."]
단전, 단수 등 생활상 '위기 징후'가 포착된 가구는 올 한 해만 93만여 명.
그 가운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가 지원에서 배제한 사람이 5천 백여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행정적인 이유로 정부가 지원을 포기할 때, 누군가에겐 그것이 결정적인 비극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80대 노모를 모시고 살던 58살 김 모 씨, 지난 5월 정부의 '위기가구' 명단에 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건강보험료, 관리비 체납 등의 전형적인 '징후'가 포착됐습니다.
[김 모 씨 가족/음성변조 : "코로나 때문에 (숨진 형이) 음식 장사를 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그것 때문에 관리비가 미납되고…."]
지자체는 현장 조사에서 노모를 직접 만나기까지 했고, 아들 김 씨의 연락처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은 얼마 안 가 이 집을 '연락두절'로 분류하더니, 끝내 복지 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세대주로부터 '회신'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는데, 그사이 김 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습니다.
[해당 지자체 공무원/음성변조 : "저희는 회신이 올 줄 알았죠. 일을 하러 외부로 다니기 때문에 (집에) 한 번씩 들른다고 했어요. 복지 사각지대 처리가 마치는 기간이 다가오고 이래서 우선 (연락두절) 비대상으로 빼놓고."]
이 '마감 기한'도 문젭니다.
위기가구 조사는 두 달 안에 끝내도록 돼 있습니다.
한정된 인력으로 그 기간 동안 대상자들을 일일이 만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효율적인 소재지 파악을 위해선 통신·금융 자료 등의 개인정보 조회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는데, 그걸 뒷받침할 제도나 법 정비는 아직까지 이뤄진 것이 없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허수곤/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서수민/자료출처: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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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writt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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