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한동훈 ‘정치 공방’에 묻힌 검사 실명 공개…“책임있는 수사 위해 필요”

이혜리·박용필 기자 2022. 12. 2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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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민 알 권리 있어”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이 ‘법치주의 훼손’ ‘좌표찍기’라고 규정하면서 정치 공방이 거세다. 법조계에선 수사를 받는 정당이 검사 명단을 공개한 것은 수사검사들에 대한 부적절한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동시에 시민이 수사검사의 이름을 알 권리가 없다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지난 23일 민주당이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 지휘라인 검사들의 사진과 이름이 담긴 명단을 웹자보로 만들어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민주당이) 개인의 형사 문제를 모면해보려고 공당을 동원해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들의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당하도록 선동하고 있다”며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방탄에 돌격 명령’ ‘개딸에 좌표찍기’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수사 대상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정당이, 수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 수사팀 지휘라인 명단을 웹자보로 만든 것은 부당한 압력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적 공방으로 인해 검사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평소 주장하는 이들의 당초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행위가 적절한지 여부와 별개로, 책임있는 수사권 행사를 위해선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누구인지 시민이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는) 중립적·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수사에 대해 괴롭힘을 가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민주사회에서 공직자의 신원은 언제든지 공개돼야 한다는 점에서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공세 형식으로 민주당을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해야 되는 것이지, 자신이 정치적 공방의 한 축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며 “책임 소재를 밝힌다는 의미에서 수사 담당자의 성명 공개는 법치주의 원칙상으로도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검사의 이름은 이미 공개되고 있다. 검찰은 각급 검찰청 홈페이지에 조직도는 물론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평검사의 이름과 사무실 호수가 적힌 검사실 배치표를 공개한다. 각종 수사서류와 공소장에도 수사검사의 이름이 기재된다.

검찰청법은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검사의 신분 보장 규정이다. 이렇게 일반 공무원보다 강하게 검사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그만큼 높은 책임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법조인들은 지적한다.

이혜리·박용필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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