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탄핵 정국 때 언론 사찰…국방부 장관에 대응책까지 조언
기무사 문건서 추가 확인
개편 방첩사, 권한 늘리기
시민사회 “사찰 재발 우려”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박근혜 탄핵’ 정국 때 언론사를 사찰하고 보수단체 동향을 수집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서가 추가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달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명칭을 방첩사로 바꾸고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하자 시민사회는 민간인 사찰이 재발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기무사는 2016년 11월19일 ‘군 관련 최순실(최서원) 개입 의혹 종합’ 제하의 문건을 만들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당시는 최서원씨가 전투기 기종 선정, 삼성·한화의 방산업체 매매계약 체결, 군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때였다.
기무사는 문건에서 해당 의혹들을 정리한 뒤 국방부 장관에게 “이슈화 고조 시 언론사 논·해설위원, 보도·편집국장 간담회 등으로 논란을 차단”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다른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정치개입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언론사에 상시 출입하는 정보관(IO) 제도를 폐지한 상태였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심판 선고를 두 달가량 앞둔 2017년 1월13일, 기무사는 언론취재에 관한 첩보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문건에서 기무사는 “최근 언론사들은 대형 방위사업들과 최순실의 연계성을 규명하여 특종으로 보도하기 위해 특별취재팀을 가동 중”이라며 “지난해 린다 김을 마약 중독으로 구속한 것도 정부가 최순실과의 연결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음모였다는 소문도 회자”라고 썼다. 이어 “향후 방산비리 문제를 이슈화한 후에 장병 의식주 등 비무기체계 군납비리까지 엮어 군을 흔들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보도 방향까지 보고했다.
문건에는 기무사가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정황도 담겼다. 기무사는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한 첩보를 미리 제공했고, 사전 대비를 조언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방부 장관에게는 “국방부에서 보안유지하에 대형 사업을 미리 감사해 언론의 보도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언론의 취재 동향을 장관과 청와대에 보고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까지 조언한 것”이라면서 “기무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무사가 민간단체를 사찰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기무사는 탄핵 정국에서 보수·안보단체를 활용하기 위해 같은 달 10일 ‘최근 보수·안보단체 동정’ 문건을 만들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군은 지난달 1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명칭을 방첩사로 바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문제가 끊이지 않자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를 안지사로 개편했는데, 4년 만에 다시 바꾼 것이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군인권센터 등 8개 시민단체는 국방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방첩사가 ‘국가안보’나 ‘국익’과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로 민간영역까지 포괄하는 정보들을 일상적으로 수집해 보유하고 있다가 중앙행정기관, 특히 대통령실 등 주요 권력기관들이 정치적 목적과 필요에 따라 관련 정보들을 요청하면 곧바로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저 기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홍근·김송이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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