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로 잡아뒀나… 러, 여름캠프 빌미로 우크라 어린이 수백명 억류
“러, 포로교환에 활용하려는 것”
러시아가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지역의 어린이 수백 명이 러시아 남부와 크림반도에서 열린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가 몇 달째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전쟁 포로 교환에 활용하기 위해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헤르손과 하르키우 지역의 6~16세 어린이 수백 명이 지난 7~8월 러시아 측이 개최한 무료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가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을 탈환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여름 캠프 관계자는 부모들에게 “헤르손이 우크라이나에 점령돼 안전상 이유로 아이들을 돌려보낼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달 전 14세 아들을 이 캠프에 보냈다는 헤르손 주민 나디아(가명)씨는 “지난달 말 아들이 보낸 음성메시지에 ‘너는 절대 헤르손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캠프 책임자의 협박이 담겨 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현재 러시아 캠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정확히 몇 명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지난 10월 중순 헤르손과 자포리자 출신 어린이 4500명이 크림반도 여름 캠프에 참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캠프 5곳을 촬영한 영상에는 지금도 최소 수백 명의 어린이가 캠프 생활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캠프 측은 아이들을 모집하며 스포츠와 예술, 게임 등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에게 러시아 문화와 역사 수업을 하고 러시아 국가를 부르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공간에는 관련 영상이 공개됐다.
러시아는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인을 자국으로 강제 연행하며 어린이 수만 명도 함께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 점령지에서 러시아로 끌려간 어린이가 24만명에 이른다고 지난 6월 밝힌 바 있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당시 “러시아는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반(反)인권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야만적 행태는 완전한 파시즘”이라고 분노했다. 당시 러시아가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른 것은 슬라브계 인구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아이들을 전쟁 포로 교환에 이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러시아가 이들을 러시아인으로 동화시키기 위해 계속 잡아두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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