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개척자 떠나고, 메타버스 이용자 '뚝뚝'…시험대 오른 메타
메타 적자 지속…돌파구 찾을까
메타버스 서비스 '호라이즌 월드' 부진
월 이용자 목표치 낮췄는데도 미달돼
리얼리티랩스 올 3분기 매출도 '반토막'
VR기기 높은 가격대가 진입장벽으로
저커버그는 여전히 메타버스에 낙관적
"인내심 갖고 투자하면 결국 보상 받을 것"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크리스마스에 바라는 단 하나는 당신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지난 25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 경제 전문 매체 버딕트가 보도한 내용 중 일부다. ‘내가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건 너뿐이야(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는 뜻의 인기 캐럴을 바꿔 저커버그가 추진 중인 메타버스 사업의 현주소를 풍자했다.
저커버그가 지난해 10월 말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며 사명까지 바꾼 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저조한 실적 탓에 메타버스를 둘러싼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천문학적 투자에도 성과는 나빠
메타버스는 현실 공간처럼 고도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착용한 뒤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를 통해 게임을 하거나 회의를 열 수도 있다. 사명 변경 당시 저커버그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메타버스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메타버스가 ‘주류’로 자리잡는 데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저커버그가 제시한 시간표상 마감 시한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메타가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것에 비하면 성과는 초라하다는 평가가 많다. 메타는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과 관련 기기를 개발하는 리얼리티랩스 사업부에 100억달러(약 1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2014년 페이스북이 VR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 인수에 쏟아부은 금액의 5배가 넘는다. 하지만 지난 3분기 리얼리티랩스의 매출은 2억8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약 37억달러로 1년 전보다 42% 늘어났다.
메타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호라이즌 월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 월간 이용자 수를 연말까지 50만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만큼 서비스가 인기를 끌지 못하자 목표치를 28만 명으로 낮춰 잡았다. 현재 월 이용자 수는 2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버딕트는 “저커버그가 꿈꾸던 대로 메타버스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며 “(메타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와츠앱,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는 수십억 명의 월간 사용자를 메타버스로 데려오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VR 기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존 카맥이 더딘 사업 진행과 저커버그와의 의견 불일치를 이유로 메타를 떠나 회사 내부가 술렁이기도 했다. 오큘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카맥은 2019년부터 메타의 VR 기기 자문을 맡았다.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메타가 카맥의 기술 역량을 상실한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 “메타버스 포기 못해”
메타만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산업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VR·증강현실(AR) 관련 인수 규모는 작년 1월 약 189억달러에서 지난 1월 58억달러로 급감했다. 인수 건수도 311건에서 283건으로 줄어들어 메타버스 열기가 식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관건은 VR 기기 사용자 확대 등 ‘메타버스 일상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메타 VR 기기의 높은 가격대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타가 10월 기업 대상 제품으로 출시한 VR 헤드셋인 ‘퀘스트 프로’는 개당 1500달러에 달한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 10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리얼리티랩스의 영업손실이 내년에 확대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우리와 함께 인내심을 갖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결국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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