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온도 차' 등급제도 효과 없는 중소형 FA 설움

이명기. 스포츠조선DB

강리호(개명전 강윤구).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몸값이 상대적으로 적은 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하게끔 하기 위해 FA 등급제가 도입됐다. 그동안 효과를 본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FA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버리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KBO리그 FA 시계가 멈춰있다. 지난 16일 이재학이 원소속팀 NC 다이노스와 2+1년 최대 9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한 후, 열흘이 넘게 추가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는 총 6명. 이들이 올해가 가기 전에 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연말을 맞아 야구단들이 대부분 종무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를 연초에 다시 시작한다. FA와 관련한 논의도 해를 넘겨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남아있는 선수들 가운데 FA 등급으로 'A등급'인 선수는 투수 한현희 한명 뿐이다. 한현희는 다음달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약 논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특히나 보상 선수까지 내줘야 하는 A등급인만큼 한현희의 시장내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B등급'과 'C등급'인 선수들이 마냥 유리한 것도 아니다. 6명의 선수 가운데 B등급이 2명(정찬헌, 권희동) C등급이 3명(신본기, 이명기, 강리호(개명전 강윤구))이다. 하지만 이들 중 원 소속 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선수는 신본기 정도인데, 신본기도 구단에 답변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건이 좋았다면 이렇게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각자의 입장에서 협상이 난항이다.

FA등급제 도입 이후, C등급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보였다. 올해 FA 시장 개막을 앞두고도, 1군 주전 멤버로 활용할 수 있는 C등급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는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이태양과 원종현은 C등급이라는 혜택(?)으로 수월하게 타 팀 이적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후로 시장은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현재 남아있는 선수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타 구단의 수요가 없는 상황. 그러다보니 등급제는 의미가 없어졌다.

결국 잔인한 시장 논리다. 등급제가 선수들에게 한층 더 유리한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 중소형 FA 선수들이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의 둥지 찾기가 새해에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내후년 FA 판도도 신중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