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격한 판정시비…"오심 보고 왔다"던 최태웅 감독, 강력 항의→파이팅 포즈로 퇴장 [천안현장]

[천안=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어제 오심? 물론 봤다."

표정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가라앉은 목소리에 담긴 무게감은 가볍지 않았다.

이틀 연속 배구 사령탑과 심판진의 정면 충돌이 벌어졌다.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현대캐피탈은 도드람 2022~2023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OK금융그룹전을 펼쳤다.

OK금융그룹 조재성의 병역 비리와 KB손해보험-한국전력전의 초대형 오심, 이에 대한 후인정 KB손보 감독의 강도 높은 항의로 시끄러웠던 전날이었다.

이날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경기전 만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1위)대한항공 경기도 챙겨보나'라는 질문에 "대한항공이라서가 아니고, 난 원래 모든 리그 경기를 다 챙겨본다. 여자배구 경기가 먼저 열릴 땐 여자 경기도 다 봤다"며 빙그레 웃었다. "어제 오심도 봤다"고 덧붙였다.

모종의 각오가 담긴 말이었을까. 최태웅 감독은 세트스코어 0-2로 뒤지던 3세트, 보기드물게 대폭발하며 심판진과 맞부딪혔다.

현대캐피탈이 8-4로 앞선 상황. OK금융그룹 부용찬의 리시브가 다소 길었다. 이를 따라잡은 OK금융그룹 곽명우는 순간적으로 공격으로 전환, 두 손으로 상대 코트에 밀어넣었다.

이에 대해 전영아 부심은 처음에는 '터치 네트'를 지적했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즉각 비디오판독을 신청, '노 터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터치 네트가 아닌 오버 네트"라며 다시 비디오 판독을 걸었다. 중계화면상 곽명우가 공을 터치하는 순간 두 손이 네트를 넘어간 모습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박주점 경기위원과 정유연 심판위원, 전영아 부심은 일관되게 '오버네트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 감독은 "(세터의)토스와 공격 때 적용되는 오버네트 규정이 다르다. 비디오에 나온 첫 터치를 보면 이건 오버 네트"라며 5분 넘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전영아 부심과 코치진의 거듭된 만류에도 "이건 짚고 넘어가야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심판진은 "우리도 토스 아닌 공격 행위로 봤다"며 판정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영아 부심을 넘어 비디오판독석까지 올라가 격론을 벌였다.

항의가 길어지자 최성권 주심은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함께 꺼냈다. '세트 퇴장'을 명령한 것. 이에 최 감독은 "어제는 막말이 나왔는데 퇴장까진 가지 않았다. 내가 지금 뭘 했나. 의자를 발로 찼나? 과격한 행위를 했나?"라며 한층 더 흥분했다.

김세진 해설위원은 "원칙적으로 비디오 판독(결과)에 대해서는 감독이 항의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거듭된 심판진의 퇴장 요구에 최 감독은 열렬하게 응원하는 현대캐피탈 홈팬들을 향해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린 뒤 퇴장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사령탑의 퇴장 직후 득점을 올릴 때마다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쳤고, 오히려 점수차를 더 벌리며 3세트를 따냈다. 그리고 3세트를 TV로 지켜본 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벤치에 돌아온 최태웅 감독을 박수로 반겼다.

한편, 28일 열린 여자부 경기에선 IBK기업은행이 페퍼저축은행에 세트스코어 3대1(27-25, 20-25, 25-12, 26-24)로 승리했다. 6위 기업은행은 3연패에서 탈출하며 7승10패 승점 21점으로 5위 KGC인삼공사(7승9패 승점 21점)과 승점 차를 지웠다. AI페퍼스는 개막 연패가 17연패로 길어졌다.

천안=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