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 이어 시민단체 국고보조금 들여다보는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시민단체 국가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한 전면적 감사를 실시한다고 28일 밝혔다. 노동조합 회계를 들여다보겠다고 한 데 이어 시민단체 운영 자금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 여러분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에 대한 권력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 우려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7년(2016~2022년)간 시민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총 31조4000억원이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지난 7년간 지원 규모가 30조원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부정에 따른) 환수금액 이런 것을 보면 보조금 사업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세월호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민단체에서 발견된 불명확한 회계 처리와 청소년 동아리 지원 사업비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에 지원된 일 등을 문제 사례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평균 4000억원 정도 증가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늘날 시민단체는 정부 및 시장과 함께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이 되어 있다. 공공 서비스와 복지 등 분야에서 정부 역할을 보완하고 정부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단체들은 회비나 기부금만으로 활동을 위한 재정 확보가 쉽지 않다. 자칫 활동에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자발적 활동을 보장하고 건전한 단체로 성장을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비영리단체법)이 제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금이 투입되는 곳에 감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국고보조금이 지원된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국고를 빼돌리고 시민들 후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단체가 있다면 활동 분야나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재정 지원을 이유로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입하면 활동이 왜곡된다. 과거에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지원이 결정되고, 이 과정에서 지원을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도 작성된 바 있다. 특히 국정의 사령탑인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 시민단체의 범죄를 상정하는 발언은 피의사실을 흘리고 여론전을 펴는 검찰의 그릇된 행태를 연상케 한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투명성을 검증받고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하겠다는 일은 시민단체를 억압하고, 정권 편에 서는 사이비 관변 단체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 시민단체에 대한 감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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