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밀정 의혹’ 경찰대학장
경찰대학은 역량 있는 경찰 간부 육성을 목표로 1979년 제정된 경찰대학 설치법에 근거해 1981년 3월 개교한 4년제 국립 특수대학이다. 각 군의 사관학교와 같은 모델로 출발했다. 경찰대학을 졸업하면 순경보다 3계급 높은 초급 간부인 경위(파출소장급)로 곧바로 임용된다. 1985년 1기부터 올해 38기 졸업생까지 총 4328명의 경위를 배출했다. 근래 들어 전체 경찰 중의 소수인 경찰대 출신들이 고위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폐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지만, 엘리트 경찰을 집중 육성하는 교육기관으로 평가돼왔다.
경찰대학장에는 치안정감이 보임된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의 7자리밖에 없는 계급이다. 경찰대학장과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 경찰청장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가 된다. 경찰대학과 그 학장의 위상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49명이 경찰대학장을 지냈는데 20대 김세옥, 21대 이무영, 24대 이팔호, 26대 최기문, 30대 어청수 학장이 경찰청장에 올랐다.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28일 50대 경찰대학장으로 내정됐다. 과거 행적으로 경찰국장 임명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노동운동을 함께한 동료들을 밀고하고 그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사회·노동 단체의 진상 규명과 파면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그를 지난 6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올린 뒤 6개월 만에 다시 치안정감으로 초고속 승진을 시키더니 이번엔 경찰대학장까지 맡겼다. ‘밀정’ 의혹에 휩싸인 인사를, 논란을 부른 것 이외에 별 성과도 없는데 벼락감투를 씌우다니 이해할 수 없다.
경찰대학의 창학 이념에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봉사자로, 역사적 소명을 다하는 경찰인을 양성한다는 대목이 있다. 경찰대학의 학훈은 조국·정의·명예다. 국민을 먼저 생각해 조국을 지켜나가고, 올바르지 않은 것을 배척하며,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순호 학장은 과연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모범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떤 의혹을 뒤집어써도 권력의 눈에만 들면 출세할 수 있다는 그릇된 교훈만 남기지 않을까.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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