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 도발땐 확실히 응징… 핵 있다고 주저말라"

지난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얼굴) 대통령은 28일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보복하라"며 "그것이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으나 격추에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 참모들에게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수석은 현안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돼 있던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위촉장 수여식 겸 오찬을 미루고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드론과 미사일 등 비행물체에 대한 감시·정찰 요격시스템, 공격용 미사일 개발 상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우리 군에 북한의 무인기 침범이 재발할 경우 2~3배 상당의 대응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무인기 첫 번째 1대가 내려왔을 때 대통령이 '우리도 무인기를 갖고 있는데,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북한의 1대에 우리는 2대, 3대 올려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고, 필요하다면 격추도 하고 관련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라는 지시였다"고 전달했다. '확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대응을 주문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야당 측이 북한의 영공 침범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는 것에는 "NSC를 열 상황도 아니었고 열 필요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우리 군의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에 대해선 "처음에는 솔직히 좀 답답하다가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됐다"며 "무인기가 너무 작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맨눈으로 식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상황을 '대포로 파리를 잡는 격'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에는 큰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대응에 대해 보고한 이 장관에게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왜 북한 무인기 공격에 대비하지 않았느냐"며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냐"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드론부대 창설을 지시한 것에 대해 "북한의 정찰 드론이 찍고 가는 사진은 사실 구글 어스보다 못할 수 있다"며 "(격추 등 대응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대단히 정교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훈련을 강화하든지 두 가지인데, 윤 대통령은 후자를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드론부대를 운영함으로써 북한의 비대칭전력인 무인기뿐 아니라 핵·생화학무기 억제 및 대응에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시각에서 부대 창설을 지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