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CCTV 설치한들”…관제요원 한명이 보는 대수가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2. 12. 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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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개구 새해맞이 행사에
CCTV 관제요원 증원 없어
중랑구는 1인당 1959대꼴
2019년 ‘제야의 종’ 타종행사. [출처 = 연합뉴스]
3년 만에 새해맞이 행사가 재개하면서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파사고를 방지하는 폐쇄회로(CC)TV 요원들의 인력난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이태원 참사 이후 자치구 요원 1명이 모니터링하는 CCTV 수가 평균 1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문제시됐으나 인파가 운집하는 새해 행사를 앞두고도 자치구의 증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8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 자치구들은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새해 행사 인파 몰이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지만 정작 CCTV 관제인력을 증원한 곳은 없었다. 31일 신촌 연세로 스타광장에서 ‘신촌 카운트다운 콘서트’를 개최하는 서울 서대문구는 28일 이태원 참사 당시의 관제인력 16명에서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서대문구의 경우 새해 행사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CCTV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교통관리과의 불법주정차단속용 CCTV가 있긴 있다”고 해명했다. 내년부터 관제인력이 4명 줄어들 예정인 구로구 또한 매봉산 정상에서 ‘2023 계묘년 해맞이 행사’를 진행하지만 별도의 충원 계획이 없다고 알렸다. 그 외에 각 자치구에 따르면 ‘2023년 응봉산 해맞이 축제’를 여는 성동구, ‘계묘년 해맞이 행사’를 예고한 강남구, ‘인왕산 해맞이 축제’를 개최하는 종로구 등 8개 자치구가 행사 개최 일까지 관제요원을 늘릴 계획이 없다.

문제는 관제요원 1명이 1000대가 넘는 CCTV를 관제하는 상황에서는 인파 밀집 사고에 대한 안전관리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관제인력 운영규정을 통해 관제인원 1명당 50대 이하를 적정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서울시 자치구는 기준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승진 시의원이 지난달 9일 디지털정책관 소관 행정사무 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자치구 관제요원 1인당 평균 관제 CCTV 수는 958개로 행안부 기준을 19배 초과한다. 1인당 관제수량이 가장 높은 중랑구의 경우 1인당 1959대로 39배나 기준을 뛰어넘는 상황이다.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도 지난 5월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관제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사물인터넷 활용방안’에 따르면 서울시 내 CCTV 시스템은 관제요원 부족으로 인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고 이는 육안 관제의 한계로 인해 관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보고서는 “영상에 대한 육안 관제의 경우 약 12분이 지나기만 해도 ‘선택적 주의 메커니즘의 한계’에 따라 움직임을 45%까지 놓칠 수 있다”며 “22분 이상 경과 시 효율이 95% 떨어진다고 알려져 오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대표적인 새해 행사인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리는 보신각 주변에는 종로구에서 CCTV조차 설치하지 않아 서울시가 임시 CCTV 설치에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신각 인근에 임시 CCTV를 설치하는 중”이라며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타종 행사가 이뤄지는 동안 CCTV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CCTV 설치보다 CCTV 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이영주 교수는 “관제하는 인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의 CCTV를 들여다보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문제는 CCTV를 설치하기만 하면 해당 장소가 관제가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CCTV가 늘어나는 만큼 관제 인력을 늘리고 문제가 생기면 현장 조치까지 바로 이어지는 관제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도에 관제인력 증원을 계획하고 있는 자치구도 있다. 마포구는 2023년 2월부터 관제요원 4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강남구와 중랑구도 내년 중에 인원을 늘릴 계획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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