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한파에도 꺼지지 않는 나눔의 불씨
한 해가 아쉬움 속에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는 한국뿐 아니라 지구촌이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낸 해였다. 지난 2월 하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평화의 시계를 빠르게 거꾸로 되돌려놨다. 전쟁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에너지 가격 급등을 몰고 왔고 덩달아 지구촌 사람들의 살림살이도 어렵게 만들었다.
전쟁의 그림자는 언제 걷힐지 모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고 있지만 전쟁의 볼모는 지구촌 모두나 다름없다.
경제 현장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 섞인 기대보다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울 수조차 없다는 푸념마저 들린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크고 작은 기업들은 지역사회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경영 환경은 어려워도 지역사회가 있어야 기업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이윤 창출 강박감에 앞서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이 지난 10월24일부터 11월1일까지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사회공헌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11.4%) 중 93%가 사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매출액 대비 2.6%를 사회공헌 활동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활동 유형은 기관이나 재단에 금전 기부(63.2%), 물품 기부(29.8%), 임직원 봉사 활동(15.8%) 등이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2021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를 보면 사회공헌 추진 성과에 대한 만족도는 지역사회 기여 측면이 가장 높았다.
열풍처럼 확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과 지역사회의 통합에도 기여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88.4%가 ESG 경영·투자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들 중 88.9%는 ESG 경영이 사회공헌 활동의 외연 확대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응답했다. 운영 중인 ESG 프로그램에는 사회 분야 사업이 가장 많았다.
전경련은 2019년 보고서에서 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특징이 기업 사회공헌의 주체·시기·대상·내용·방법·목적 전반에 있어 전통적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다른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임직원이 직접 기획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임직원 참여도를 높이도록 근무시간을 활용하거나 집에서 가족과 여가를 보내며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됐다. 단순 현물 기부를 넘어 노하우 전수와 같은 무형적 가치를 나눔하고 기업이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특히 특정 계층이 대상이 아닌 환경·지역사회 발전 등 사회문제 해결과 발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늘며 환경과 지역사회 발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 추구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통해 상생경영의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가자”고 평소 강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가꾸자는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 철학이 어떻든 궁극적으로는 기존 복지시스템을 보다 튼튼하고 촘촘하게 만들기 위해 기업 차원의 안전망 구축 역할을 하겠다는 뜻은 서로 통한다.
최병태 기획위원 cbt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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