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아탈 기회 왔다”…은행 중도상환수수료 1년 면제
은행연합회는 28일 “5대 은행이 취약 차주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방안을 짜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1월 2일부터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중도상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한다. 다른 은행이 대부분 신용등급 하위 30%(7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선정한 것에 비하면 면제 혜택 구간을 확대했다. 또 가계대출 중도상환해약금 면제 가능 시기를 대출 만기 1개월 전에서 3개월 전으로 늘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취약차주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그룹차원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 시행 후 1년간 가계대출 상품 종류와 무관하게 중도상환수수료를 일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은 상환일 직전 월말 기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평점 하위 30%(신용등급 7등급 이하 )차주다. 하나은행은 전산 시스템 구축을 마치는 대로 내년 1월 중 시행에 나선다. 국민은행은 외부 신용평가사(CB) 7등급 이하의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향후 1년간 모든 가계대출 상품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면제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은행도 내부 신용등급 하위 30% 고객 중 가계대출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없앨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내년 1월 중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례적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건 당정의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6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이자를 줄이기 위해 대환대출을 하고 싶지만 중도상환 수수료가 커서 대출을 옮기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며 은행들에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를 요구했다. 대상 확대도 요청했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을 예정보다 일찍 갚을 때 내는 일종의 위약금이다. 현재 5대 은행은 대출금의 0.5~1.4%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5대 은행이 지난 5년간 중도상환수수료로 벌어들인 돈은 1조1546억원이다. 당정은 이번 조치로 연간 600억원 규모의 수수료 절감을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에 나서며 이달들어 가계 가계대출금리는 내림세지만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의 상단은 연 7%대, 전세자금대출도 최고 금리가 연 6%대에 달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기에 연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한시적인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는 의미가 있다”며 “금융시스템 안정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주요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에 나선 배경엔 “은행의 자율적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국 관계자는 “각 은행별로 신용등급별 인원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면제 범위를 정할 것인지는 은행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즉 5~6등급을 설정했다고 해서 수수료 면제 대상이 많고, 7등급이라고 해서 면제 대상이 적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조치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대출을 갈아타려는 일부 저신용자가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실제 그 수요 자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대부분 은행들은 3년 이상 대출을 상환하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은행이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만큼 신규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겨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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