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3차례에 필사까지… 전기신문 노조와해 유죄확정
임원들, 편집국장 특채 반발했다는 이유로 3차례 징계, 노조 탈퇴 권유
출입처 돌고 기사작성 금지, 필사 지시까지…'양형 가볍다' 검찰 항소 기각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노동조합이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정직 등 중징계를 내리고 탈퇴 권유, 필사 지시 등 와해 공작에 나선 전기신문 임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기신문 A 사장과 B 부사장, C 편집국장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30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B 현 부사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200만 원을 확정했다. 당시 사장 A씨에 대해서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편집국장 C씨에게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전기신문 법인에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전기신문 노동탄압이 시작된 지 4년 만에 나온 확정 판결이다.
사건은 전기신문 노조 설립 무렵이던 201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심 판결문을 보면, 전기신문 경영진은 8월 초 인사규정이 밝힌 공모 절차 없이 한 인사를 편집국장에 임명했다. 이에 노조 집행부를 포함한 기자 8명은 편집국장 임명 철회와 투명한 채용 방안 도입을 요구하며 대자보를 붙였다.
전기신문은 징계로 대응했다. 전기신문은 8월 초 대자보에 참여한 노조원 8명 모두와 관리자인 부사장, 부국장을 징계했다. 조정훈 언론노조 전기신문분회장과 부분회장에는 6개월 20% 감봉을 결정했다. 6명의 노조원은 견책, 부사장과 부국장은 3개월 10% 감봉 처분했다.
재판부는 A 사장과 B 부사장, C 편집국장이 공모해 노조 탈퇴를 권유한 점도 범죄사실로 인정했다. 이들은 대자보를 붙인 직후인 8월 초부터 팀장에게 지시해 노조 탈퇴를 권유하게 하거나 직접 권유했다. 조합원은 팀장의 “회사가 6명을 전부 내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종용에 노조를 탈퇴하는 등 10회에 걸쳐 탈퇴 공작이 벌어졌다.
노조가 부당 징계에 관한 구제를 신청하자 회사는 되레 징계 수위를 높였다. 기존 징계를 자체 취소한 뒤 조 분회장과 부분회장에게 정직 6개월, 사무국장에게 정직 3개월을 처분한 것이다. 반면 노조를 탈퇴하거나 비조합원인 이들, 부사장과 부국장은 사면했다. 2차 징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온 뒤 사측은 부분회장과 사무국장에 감봉을 결정했다.
한편 사측은 조 분회장에 대해서는 해고를 통보해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부당해고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A 사장과 B 부사장, C 편집국장은 노조 집행부 2명에겐 기사 작성을 금지하고 필사까지 시켰다. 10년차 기자인 조 분회장과 부분회장에게 기사 작성을 금지하고 일간지 기사를 필사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이 3개월 간 회사 지시에 따라 필사한 분량은 A4용지 기준 500쪽이 넘는다.
이들은 또 정직을 마치고 복귀한 분회 사무국장에게 “매일 출입처 3곳 이상 방문하고 인증 사진을 남겨 취재 보고서를 작성하고 출근과 퇴근 시 사무실에 들러 유선 보고”하도록 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행위가 “노조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임과 동시에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 근로자 및 근로자단체의 노동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및 근로기준법의 입법 목적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했다.
검찰과 피고인 측이 모두 항소와 상고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인용했고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조정훈 분회장은 통화에서 “유죄 확정은 당연한 결과”라며 “다만 노조 탄압으로 인해 당시 함께 노조 집행부 등을 하던 동료들은 이미 회사를 떠나고 신문사에 남아 있지 않다. 함께 연대했던 이들과 같이 결과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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