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안타왕&홈런왕 모두 실패…KBO 천재타자에게 ML은 허락된 곳일까
[OSEN=조형래 기자]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고 호령했던 타자들이 줄줄이 메이저리그 무대로 떠났다. 하지만 초라한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과연 KBO리그의 천재타자, 올해 MVP 이정후(24)에게 메이저리그는 활약을 허락할 것인가.
일본프로야구의 안타왕 아키야마 쇼고(34), 홈런왕 쓰쓰고 요시토모(31)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다.
2015년 일본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 안타인 216안타를 때려냈고 2017~2019년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려냈던 아키야마는 신시내티와 3년 2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도전을 택했다. 2016년 44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했고 때려내는 등 통산 205홈런을 기록한 거포 쓰쓰고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12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아키야마, 쓰쓰고 모두 야심차게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다.
그러나 초라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키야마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2할2푼4리(317타수 71안타) 21타점 OPS .594의 성적에 그쳤다. 홈런은 1개도 치지 못했다. 결국 계약 3년차인 올해는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뒤 곧장 방출됐다. 이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트리플A에서 재기를 노렸다. 16경기 타율 3할4푼3리 3홈런 21타점 OPS .907로 활약하며 승격 가능성을 높였지만 다시 방출 수모를 당하며 일본으로 복귀했다. 3년 계약을 온전히 채우지 못한 셈.
친정팀 세이부 라이온즈가 아닌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경기에 나섰고 44경기 타율 2할6푼5리 5홈런 26타점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쓰쓰고의 신세도 다르지 않았다. 탬파베이에서 2년차 시즌이던 2021년 탬파베이에서 방출 당했고 LA 다저스에 다시 둥지를 틀었지만 올마 가지 못했다. 결국 3번째 팀인 피츠버그에서 43경기 타율 2할6푼8리(127타수 34안타) 8홈런 25타점 OPS .883으로 부활, 1년 4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며 극적으로 생존했다.
하지만 올해 50경기 타율 1할7푼1리(170타수 29안타) 2홈런 19타점 OPS .478의 성적에 그치며 다시 방출됐고 토론토와 마이너 계약을 했지만 결국 메이저리그 승격에 실패했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는 ‘올해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7을 기록했다. 쓰쓰고는 평균 이하였다’라면서 쓰쓰고를 2022년 최악의 야수로 꼽기도 했다. 선수 본인은 메이저리그 잔류를 원하지만 망가질대로 망가진 쓰쓰고를 원하는 구단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록을 보면 처참한 실패다. 아키야마와 쓰쓰고가 남긴 실패의 잔상이 큰 탓인지, 아키야마만큼 정교함과 힘을 갖춘 요시다 마사타카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을 때 ‘오버페이’라며 비난 일색이었다. 일본 대표팀 4번 타자였던 스즈키 세이야도 시카고 컵스와 5년 8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지만 111경기 타율 2할6푼2리 14홈런 46타점 OPS .770으로 다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출신 야수 중에서 가장 입지가 탄탄한 선수는 KBO리그 출신 김하성이다. 앞서 일본 선수들의 포지션이 타격에 중점을 둔 외야수와 1루수에 집중된 반면, 김하성은 비교적 타격 중요도가 덜한 유격수다. 그럼에도 김하성은 유격수 포지션에서 경쟁력 있는 타격 능력을 선보이며 입지를 굳혔다.
이제 곧 KBO리그 출신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이정후의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김하성 보다는 아키야마, 요시다 등 중장거리 좌타자들이다. 이미 아키야마는 실패했고 요시다를 향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게 된다면 아시아리그 출신 좌타 외야수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미국 현지의 평가는 이정후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우려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빠른공 대처 능력과 현재 소속팀 키움에서 중견수를 보고 있지만 특출나지 않은 수비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KBO리그보다 한 차원 높은 일본프로야구 타자들도 메이저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과연 이정후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순탄하게 진출할 수 있을까. 이제 2023년 KBO리그에서 당장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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