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북한 무인기 탐지 1시간47분 후 대통령 보고···여야는 ‘네 탓’ 공방
여야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국방부로부터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한 긴급현안보고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가 군의 대응 역량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을 방기한 채 문재인 정부 탓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의 “확전” 발언의 적절성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이날 국방위 회의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이 출석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도둑이 들었는데 경찰이 엉뚱한 짓을 하거나 범인을 놓친 이유를 엉뚱하게 대니까 문제”라며 “다섯 대나 되는 무인기가 대한민국 영토를 6시간 이상 돌아다녔는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사과하거나 사퇴하거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윤 대통령의 전 정부 책임론을 비판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도 윤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 무인기 대응 훈련 등 대비가 없었다고 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엄청나게 대 무인기 체계를 발전시켰다. 5년 전에는 장비가 없어서 탐지를 못 했던 걸 이번에 탐지한 것”이라며 “국군통수권자가 훈련을 전혀 안 했다라는 소리(를 하는 것)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적 상황을 상정한 실전적인 훈련에 대해서는 취약했다”며 “특히 합참 주도의 모든 자산을 통합해서 운용하는 차원의 훈련은 없었다는 점에서 ‘전무하다’는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윤 대통령의 “확전 각오” 발언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지 않은 것도 비판에 올랐다. 설훈 의원은 “확전을 각오하고 무인기를 올려보내라고 대통령이 지시했다는데, 저녁에 송년회를 했다. 이게 앞뒤가 맞느냐”며 “대통령이 전투복 입고 벙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야 상식에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 불안을 증폭시킨다고 하면 정말 무책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번에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도발하지 못 하도록 억제하기 위한 각오로 우리가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영배 의원은 국방부가 제공한 북한 무인기 항로를 근거로 “이 그림만 보면 용산을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은 “북한이 용산에서 찍은 용산 (대통령실) 사진을 내놓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 장관은 “용산까지는 오지 않았던 것은 저희들이 확신한다. 단계별로 감시자산들에 의해서 다 확인이 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에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드디어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안보 정책의 참담한 성적표가 배달됐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더 심각한 게 9·19 합의”라며 “북한은 대남 도발 역량을 자유롭게 전방위로 강화했는데 우리는 손발을 꽁꽁 묶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9·19 합의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이 남측 무인기의 운용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며 “(무인기 배치에 들어간 예산) 4100억원을 그냥 사장시킨 것이다. 김정은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9·19 합의로) 문재인 정부에서 GP(일반전초)를 다 헐어냈다. 그러니 감시자산을 설치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군이 해체 수준까지 가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오는 거로부터 함께 축적된 것이지, 출범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돌린다는 것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양당에서 고성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NSC를 개최하지 않은 것이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기호 의원은 “작전을 진행하고 있을 때는 지휘관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것”이라며 “NSC를 하면 작전 지휘를 대통령이 하는 결과가 된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군이 대응 조치로 북한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데 대해 “기념비적인 사건” “윤석열 정부가 휴전 이후 북한 도발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창을 썼다”고 극찬했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합참이 흩어져 이전해 국지전 대응 우려가 커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맞섰다.
이 장관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보고받은 시간이 언제인지를 묻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처음 “12시10분”이라고 답했다가 이후 “11시50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12시12분에 전화로 보고했다고 이 장관은 밝혔다. 윤 대통령 보고 시점은 군이 무인기를 처음 탐지한 오전 10시25분으로부터 1시간47분이 지난 때다. 이 장관은 “초기에 TOD(열상감시장비)나 레이더에 잡히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합참은 국방위 보고에서 “적 소형 무인기 도발 양상을 고려해 합참 차원에서 통합된 실전적 교육·훈련을 강화할 것”이라며 29일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훈련에서는 북한 소형 무인기 도발 상황에 대비한 각급 부대별 탐지·타격 자산 운용 능력을 중점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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