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매년 4000억 증액… 김일성 세미나·종북활동 손본다
2016년 3.6조… 7년새 2조 증가
부정수급 153건 환수 34억 그쳐
사각지대 온라인 시스템도 개편
자자체 보조금도 부처 책임관리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에 이어 시민단체의 정부 보조금 사업 전반에도 메스를 들이댄다. 민간단체 상당수가 사업 취지와 무관하게 보조금·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방만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석열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며 "그 배경에는 정의기억연대 등의 보조금,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례가 있었고,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서 민간단체보조금의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와 시민단체 등 회계를 세세하게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최근 서울시가 시민단체인 '촛불중고생시민연대'(촛불중고연)의 등록을 말소한 영향이 컸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감사위원회의 검토결과를 토대로, 코로나19 관련 비영리민간단체 공익사업에 공모했던 촛불중고연이 윤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중고등학생을 동원하고, 교복을 입을 것을 종용하는 등 사업성격과 무관한 활동을 벌였다고 보고 지원대상에서 등록 말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는 올해 공익활동 보조금 1600만원을 전액 환수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성가족부나 서울시 공동 예산으로 진행한 학생동아리 지원사업 중 촛불중고연 사례가 하나 있었다"며 "도대체 중고생이 촛불을 들게 한 것에 대해 정부의 지원금이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 궁금증이 생겨 집행 실태, 규모 등을 들여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을)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이런 것들이 투명하게 관리돼야 그전에 일어났던 정의기억연대 관련 논란이 해소되고, 정부 지원금의 회계 투명성이 좀 더 높아져야 단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이 파악한 문제 사업은 수두룩 하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등은 각각 식비를 이중 지급하고, 국외출장 여비를 부적절하게 지급하는 등 회계 부정으로 각각 210만원(5억5000만원 지원), 180만원(25억원 지원)을 환수당했다. 사회적경제와 공유경제를 추진하는 (사)공동체창의네트워크는 출석부 조작 등 허위문서를 작성·보고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부정수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부는 총 4억9000만원을 지원했고, 이 중 소송을 통해 2억1000만원을 환수할 예정이다.
세월호 피해자 단체가 지원금을 부정수급하거나 목적외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4·16 재단은 사업계획에 포함된 피해자 활동 평가 워크숍을 개최하지 않고, 지원금 예산으로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했다. 또 사전 품의 없이 업무추진비를 주말과 심야에 사용하는 등 총 10건의 부적절한 지원금 사용이 적발됐다. 정부는 총 60억원을 지원했고, 1400만원을 환수했다. 운암 김정숙 선생 기념사업회는 현충원 탐방 및 역사해설사 프로그램 운영비로 2500만원을 국비 보조 받았으나 승인 없이 당초 사업계획과 무관한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 실시해 전액 회수당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사업을 하는 (사)동서남북모바일커뮤니티는 상담 참가 인력을 부풀려 인건비를 과다수급하고 허위 용역비를 지급해 지원금 48억원 중 8억9000만원을 환수당했다.
장애인정보화 교육을 진행 중인 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는 전국 장애인 정보화경진대회 개최하면서 허위로 심사위원 및 행사지원인력 등재해 보조금을 가로챘다. 2019년에는 대구 지역 예선을 시행하지 않고도 대회를 개최한 것으로 속여 지원금을 빼돌렸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회계관리나 감사원 감사 등에서 적발되지 않은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왜 이렇게 보조금 관리가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은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액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에 비해서 관리 수단이라든가 관리를 해야 될 공무원들의 의식, 이런 것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어떻게 보면 중앙정부의 방기, 지자체의 무책임과 포퓰리즘 이런 것이 (민간단체의 부정수급·집행과) 결합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계 시스템이나 관리가 제대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점검하고, 새로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간단체로 가는 보조금의 부실한 관리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보조금 사업 중 60% 가량을 차지하는 '지자체 보조금 사업'도 부처 책임 하에 관리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보조금법 상의 허술한 관리 규정도 보완한다. 현행 보조금법에는 사업금액이 10억 이하는 회계감사 면제, 3억원 이하는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도 면제다. 또한 사업 중간 점검, 현장 조사도 의무가 아닌 재량이다. 정부는 이런 느슨한 관리 규정을 바로잡을 생각이다. 온라인 보조금 관리 시스템도 손본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지방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조금 전 과정 관리, 온라인 공개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다. 정부는 부처 자체 감사와 사업 정비, 관리체계와 시스템 개선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고, 2024년도 예산 편성 시 반영할 계획이다.
김미경·김세희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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