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 송중기 가고 송혜교 온다! 2023년 첫 화제작 찜 한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가 OTT 플랫폼을 통해 첫 복수극을 펼친다. 치정, 권력, 돈 때문에 벌어지는 복수가 아닌 학교 폭력에 대한 복수다.
2022년의 마무리는 '재벌집 막내아들'이었다. 송중기, 이성민을 비롯한 쟁쟁한 연기자들이 살벌한 연기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의 탑을 쌓았지만 황당한 결말로 그 탑을 모래성으로 만들었다면, 2023년의 시작은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가 고급스러운 대사와 빼어난 미모로 학교폭력에 대적할 이슈의 탑을 높이 쌓을 것 같다.
넷플릭스를 통해 12월 30일 공개될 '더 글로리'의 6회분을 미리 봤다. 이미 몇 년간 언론을 통해 '학교 폭력'이 이슈가 되며 피해자이건 가해자이건 많은 인물들이 사과하고 반성하거나 발뺌하고 있어 익숙해진 단어라 생각했다. 하지만 '더 글로리'를 통해 보이는 학교 폭력은 익숙함을 거부했다. 왜 피해자들은 엄청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학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왜 학폭 가해자들은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를 이 드라마에서는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보아왔던 복수는 빼앗긴 것에 대한 앙갚음, 당한 것에 대한 되돌려줌이 대부분이었는데 '더 글로리'의 복수는 그보다 더 원천적이고 처절한 생존의 발버둥이다. 아무리 학폭에 대해 이야기 한들, 그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건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김은숙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이 세상의 피해자분들께 드리는 응원"이라며 이 작품의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는 "학폭 피해자들을 봤는데 그분들의 공통점이 현실적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하시더라. 세속에 찌든 저로서는 '진심 어린 사과'로 얻어지는 게 뭔가 고민했는데, '아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 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인간의 존엄이나 명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잃는데 그 사과를 받아내야 비로소 원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분들의 '원점'을 응원한다"라고 이야기했었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흐려지거나 변질되지 않고 맹렬한 기세로 타오른다.
그래서인지 김은숙 작가의 복수는 결이 다르다. 일단 매 회차마다 명대사의 향연이다. 아름다운 말이 아니라 뼈 때리고 뇌를 얻어맞는 듯한 맞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대해 주인공의 생각은 통쾌함을 넘어서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표현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박힌다.
그런 명대사를 송혜교가 읊는다. 그냥 있어도 예쁘고 웃으면 더 예쁜 송혜교가 이런 대사를 할 때마다 너무 가슴 절절하게 와닿는다. 시청자들이 따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송혜교를 응원하게 되고 그녀의 복수가 성공하기를 기원하게 된다. 그 배경에는 김은숙 작가의 장기인 좋은 대사와 주변 캐릭터의 생동감이 있다.
여기에 안길호 PD의 장기인 스릴러에 최적화된 연출이 더해져 모든 에피소드를 한 시간짜리 드라마 보듯 연이어 순식간에 보게 만든다. 또 송혜교 뿐 아니라 임지연, 박성훈,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 등의 배우들의 연기도 미움이 돋칠 정도로 좋고, 염혜란, 이도현, 정성일 등의 배우도 제 몫을 한다.
총 16개의 에피소드인데 12월 30일에 8개 에피소드를, 나머지는 2023년 3월에 공개한다. 사실 파트 1을 보고 나면 화가 날 것이다. '문동은'의 불행에 화가 나고, 여기서 파트를 잘랐다는 것에 더 화가 날 것. 차라리 전체를 다 공개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작품이 공개되기 전부터 하게 만드는 기대작이다.
넷플릭스는 화면 캡처도 안되는데, 앞으로 쏟아질 '문동은'의 명대사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간직하고 공유하면 좋을까? 이런 고민을 미리 하게 할 정도로 '더 글로리'는 새해의 화두가 될 것 같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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