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투자 줄여도 여기엔 돈 넣는다"…내년 벤처씬 주인공은
"VC들, 내년 기후·애그테크&크립토 스타트업에 주목"
규제 명확화 및 시장 동향 따라 VC들 포트폴리오 꾸려
초기 스타트업 위주 산업…VC들에 안성맞춤 선택지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자금 회수(엑시트) 시장 악화로 국내외 벤처투자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내년에도 시장에 낀 먹구름이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펀드 자금 소진 차원에서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VC들이 애그테크(agtech, 첨단기술을 농산물 생산에 적용하는 것으로, 식량 부족 현상의 대안으로 꼽히는 기술)와 기후테크(climate tech,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친환경 기술) 등 올 한 해 벤처씬을 휩쓴 산업뿐 아니라 혹독한 겨울을 지나는 크립토(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산업에도 주목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세계적으로 규제가 확립되고, 시장 수요를 가장 잘 뒷받침하는 분야에 투자를 쏟을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는다.
2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2023 산업 및 기술 전망’ 보고서를 통해 애그테크와 기후테크,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내년에 글로벌 VC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술을 기반으로 친환경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애그테크와 기후테크 산업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록적인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선 글로벌 투자금이 지난 4년 사이 두 배 넘게 불어난 애그테크 산업의 경우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식량 공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투자 관심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실제 애그테크 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2018년 약 200억 달러에서 2021년 약 520억 달러로 늘어났고, 올해 벤처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와중에도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에 속속 성공했다.
보고서는 “(식량) 생산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혁신기술이 필요한데, 인공지능(AI) 등을 바탕으로 한 농기구 및 스마트팜 시스템 등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단계”라며 “기회가 큰 시장이라는 인식이 투자사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만큼, 2023년에도 투자 측면에서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와 순환경제 등 기후테크 스타트업들도 내년에 무리 없이 VC 펀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치북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를 골자로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이 올해 3분기 통과한 것에 힘입어 글로벌 VC 투자가 전년대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10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등의 ESG 경영을 선포한 만큼, 관련 투자 및 M&A 기회가 늘면서 탄소 포집·저장(CSS)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저장 기술 등을 연구하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꺾였던 크립토 업계…“내년 하반기 VC 투자 재개”
올초부터 꺾여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크립토(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분야) 산업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VC 투자가 서서히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규제 명확화로 시장 불안정성이 어느정도 해소되고, 크립토VC들의 드라이파우더(dry powder, 투자 목적으로 모금됐으나 실제 투자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미투자 자금)를 고려하더라도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재개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우선 보고서는 규제가 확립되는 대로 투자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봤다. 2023년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확립되기 시작하면서 전통 금융권의 시장 진입이 이뤄지면 투자 시장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보고서 주장이다. 실제 유럽연합에서는 가입국 전체에 적용되는 가상자산 규제안(MiCA, Markets in Crypto-assets)을 마련해 내년 2월 최종 투표를 진행한다. 여기에는 테라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 가격 붕괴를 막기 위한 예비자본 조항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들의 드라이파우더가 넉넉하다는 점도 투자 활성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피치북은 “패러다임과 코인펀드와 같이 펀드를 조성한 크립토 VC들은 펀드를 조성했음에도 시장 악화로 규모있는 투자를 단행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드라이파우더를 넉넉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밝아지면 기대할 만한 투자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VC 업계에서는 시장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VC들의 ‘원석 찾기’ 노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3년 벤처투자 시장도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애그테크와 기후테크 등 이제 떠오르기 시작한 분야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VC 입장에서) 투자 부담은 줄이면서 혁신 기업을 솎아낼 수 있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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