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철 부인' 김현 "2시간 분장에 주름 생겼지만 영광의 훈장"
비서실장 정희태 "배신하는 선택은 진 회장 지시였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지난 25일 시청자들의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린 '재벌집 막내아들'(이하 '재벌집')은 주연, 조연할 것 없이 모든 배우가 제 몫을 해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었다.
'재벌집'에서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꼿꼿한 인상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낸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 곁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조연 배우들을 최근 종영을 기념해 만났다.
진양철의 부인으로 순양제국의 둘도 없는 개국 공신 이필옥을 연기한 배우 김현은 "드라마나 영화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본 적이 처음이라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1971년생인 그는 이필옥의 50~70대를 연기하느라 촬영하기 전 특수 분장을 두 시간 넘게 받아야 했다.
그는 "본드를 칠해 주름살을 만들다 보니 그대로 얼굴에 주름이 남았다"며 "속상하기도 하지만 영광의 훈장이라고 생각하고 내버려 두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김현은 "이필옥의 욕심과 욕망을 관객에게 설득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극 중반까지만 해도 현명한 부인이자 자애로운 어머니로 비쳤던 이필옥은 남편이 혼외자의 자식인 진도준(송중기)을 순양의 후계자로 눈여겨보자 그를 제거하기 위해 살인을 사주한다.
김현은 "이필옥은 자기가 낳은 자식이 순양을 물려받아 회사를 이끌어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는 혼외자 진윤기(김영재)에게 위로를 받는 장면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고 떠올렸다.
김현과 모자 관계로 호흡을 맞춘 배우 조한철은 진양철 회장의 차남 진동기를 연기하며 둘째의 애환에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장자라는 이유로 회사를 물려받을 형과 막내여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여동생 사이에서 진동기는 눈치와 잔머리의 대가로 자라났다.
그는 "진동기는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눈치도 많이 보느라 늘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린다"며 "특유의 눈치 보는 표정과 자리에 앉지 못하고 건들건들하면서 서 있는 태도로 진동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한철은 진동기가 사주를 맹신하는 것도 둘째 아들로서 느끼는 불안감과 연관이 있다고 짚었다.
"진동기는 명석하지만 어디도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자존감이 낮아요. 누구든 자신을 안정시켜줄 사람을 찾다 보니 사주를 맹신하는 것이죠."
조한철은 극중 형 진영기(윤제문)보다 더 아버지 마음에 드는 자식이 돼보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조급해하는 진동기를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표현해내며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진도준에게 순양증권을 뺏기고 술에 취해 울분을 토하며 아버지 앞에서 바닥을 드러내 보이는 장면은 지난 24년간 무대와 촬영장을 오가며 쌓아 올린 연기 내공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조한철은 "원래 그 장면 대본은 '나와보세요'라며 아버지를 불러내는 느낌이었는데, 현장에서 '오늘 완전 끝장 본다'는 느낌으로 아버지에게 돌진하는 식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 술주정 장면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정말 많이 받았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중 하나에요. 결과적으로 '재벌집' 드라마가 큰 주목을 받아 제 대표작이 됐지만, 사실 이번 작품에 들인 노력과 애정은 다른 작품을 했을 때와 같아요.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웃음)"
우직하게 진양철 회장 곁을 지켰던 비서실장 이항재 역의 정희태도 섬세한 심리묘사로 눈길을 끌었다.
정희태는 "비서 역할로 이렇게까지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입에 오르내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너무 인상적이었던 진양철 회장님 곁에 있던 덕분인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이항재는 진 회장과 동고동락하며 함께 위기를 헤쳐왔고,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그를 사람으로서 잘 이해한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실력만으로 비서실장 자리까지 오르며 일평생을 순양그룹을 위해 몸 바친 이항재는 진양철의 가장 든든한 오른팔이다.
윗사람 모시는 법과 아랫사람 다루는 법을 잘 아는 그를 보며 진양철은 "왜 내 아들이 아니냐"며 안타까워하지만, 진양철의 자식들은 이항재를 마름 취급하며 낮잡아 본다.
결국 극 후반부 이항재는 결정적인 순간에 진도준을 배신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는데, 정희태는 "이때 이항재의 선택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진도준을 배신하는 게 지분을 갖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진양철의 지시를 따랐다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싶었다"며 "(진도준이) 성장통을 겪고 각성하게 하려는 진 회장의 뜻이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미생'에서 이성민과 대립각을 세운 데 이어 최근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정희태는 이성민의 연기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여러 번 감탄했다고 떠올렸다.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고 말씀드리면 '그거 그냥 한 거야'라고 대답하세요. 정말 일상처럼 연기하시는 분 같아요. 어떤 도전을 해도 완벽하게 어울리고, 연기에 집중하는 능력도 남다르시죠."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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