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리포트- SK하이닉스] `반도체 보릿고개`에 시총 반토막… 내년 하반기 실적개선 반전
장중 '7만5400원'까지 내리막길
반도체 가격 하락 4분기 후 둔화
"낙폭 깊어 단기반등 모멘텀 충분"
코로나19 이후 전례 없는 호황을 맞으며 국내 증시 활황을 이끌었던 반도체주 '양대 산맥'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내년도 경기침체가 기정 사실화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다. 통상 경기둔화 시기에는 IT(정보통신기술) 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쌓인다. 이른바 반도체 업계의 '보릿고개'인 셈이다. 지난해 고점(2월 25일, 종가 14만8500원) 당시 108조1000억원까지 치솟았던 시가총액은 28일 종가 기준 55조원대로 반토막 났다. 10만원~14만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주가도 연초(1월 3일, 12만8500원)부터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이달 7만원대로 내려앉은 모습이다. 이날 장중 7만5400원까지 내리는 등 연일 52주 신저가를 다시 쓰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반도체 업종의 반등 시점에 쏠려 있다. 정확한 반등 시점은 증권가에서도 갈리는 분위기다.
◇바닥은 언제…4분기 적자 전환 가능성= SK하이닉스는 4분기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메모리 D램(DRAM)의 분기 평균 판매단가는 내년 3분기까지 하락할 전망이다.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한자릿수 성장, 내년에는 역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11월 말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4.4% 증가한 5801억달러(735조6000억원)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작년 성장률인 26.2%와는 대조된다. 내년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약 5565억달러(715조1000억원)로 올해보다 4.1% 감소할 전망이다.
김운호 IBK증권 연구원은 이날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 1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도 직전분기 대비 31% 감소한 7조5800억원으로 전망했다.한화투자증권(-5000억원), 다올투자증권(-1조1000억원), KB증권(-1조1000억원) 등도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 판매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NAND) 모두 전 분기에 비해 30% 이상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하락하고 있는 원·달러환율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D램 가격인 3분기 대비 하락해서 영업이익률이 3분기 대비 23%p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낸드의 경우 3분기 대비 영업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는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위탁생산),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등 여타 반도체 시장보다 유독 경기 민감도가 높다.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로 생산되는 만큼 거시 경제 변화에 따라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재고도 급증한다. 특히 매출의 대부분을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아 매출 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고 차입금은 늘면서 유동성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 1분기 5조1412억원에서 2분기 4조5737억원, 3분기 3조808억원으로 줄었다.
외국인 순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로, 한 달새 5400억원 가량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2023년 자본적 지출(Capex)을 전년(17조4700억원 추정) 대비 50% 줄이고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레거시 제품 위주로 감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부적으로는 '다운턴(하강국면) 태스크포스(TF)'를 조직, 대책을 마련하고, 임원 예산을 50% 줄이는 등 비용 절감 노력에 나선 상태다.
◇증권가 전망도 제각각…반등은 내년 하반기?= 증권사에서 꼽는 반등 시기는 제각각이다. 내년까지 반도체 수요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조하지만 주가 반등 시기는 그보다 앞설 수 있어서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감산에 돌입하는 등 공급량 조절에 나서면서 2023년 업계 전체 출하량 증가폭은 재고를 포함해 D램 기준 9%에 불과할 전망이다. 생산량 기준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가 예상된다. 김운호 연구원은 "가격 하락폭은 이번 4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공급이 줄어드는 구간에서 주가가 늘 반등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 반등 모멘텀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경기침체를 우려한 고객사의 보수적인 재고정책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D램,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구조가 과점화된 D램과 달리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경쟁과 수요에 대한 높은 가격 탄력성으로 낸드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 적자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고비를 넘기고 2분기부터는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봤다. D램보다는 낸드 가격 하락세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의견엔 동조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있는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내년 2분기까지는 가격 추가 하락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도 "D램 가격은 3분기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낸드는 하반기 수요 회복에도 업체들 간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해 연내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NH투자증권은 내년 하반기쯤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업황 반전은 2023년 2분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라면서 "줄어드는 공급은 2023년 하반기 예상되는 스마트폰과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회복과 맞물려 실적 개선 및 대규모 영업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추정 주가수익비율(PER)은 10.7배,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자기자본이익률(ROE) 8.1%다. 28일 종가는 7만6000원으로 목표주가(11만원 기준)와의 차이는 45%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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