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혼란 다시 오나? 일본‧미국 등도 중국발 입국자 규제 강화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위드 코로나' 전환 뒤 코로나19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이 해외여행 재개를 예고하자 인접국인 일본부터 미국과 이탈리아까지 각 국에서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거나 발표하며 긴장하고 있다. 각 국은 규제 강화의 이유로 중국의 코로나 감염 정보 불투명성을 꼽았다. 확산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가운데 의료 체계 붕괴에 대한 증언이 속속 나오며 2019년 우한과 같은 혼란이 다시 도래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27일(현지시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미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새로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관리들이 대책 검토의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투명한 데이터 부족"을 꼽았다고 전했다. 이달 초 중국의 본격적 방역 완화 뒤 감염 확산세가 거세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당국이 무증상자를 신규 확진자 통계에서 제외하고 사망자 집계 기준을 바꾸며 확산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지방 정부에선 하루 100만 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나오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수천 명 대에 그친다. 앞서 26일 중국은 다음달 8일부터 해외입국자에 대한 방역 완화를 발표하며 자국민의 해외여행도 질서있게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줄줄이 방역 규제를 강화
미국 뿐 아니라 일본·이탈리아 일부 주·방글라데시·인도 등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줄줄이 방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교도> 통신에 따르면 2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30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를 일시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에서 출발했거나 7일 내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모든 입국자는 일본 도착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7일 간, 무증상자는 5일 간 격리된다.
현재 일본은 해외입국자에 대해 3회 이상 백신 접종 증명서 혹은 입국 전 72시간 내 코로나19 음성 결과서 제시를 요구할 뿐 도착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 하고 있진 않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러스의 "급격한 유입"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고 설명하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와 민간 부문에서 제시하는 수치에 괴리가 있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우려가 일본에서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CNN 방송은 27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 중 하나인 밀라노 말펜사 공항 쪽에 다음달 말까지 말까지 모든 중국발 입국자에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수행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이미 지난 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격리하는 등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단 인도의 이 조치에는 중국 본토 외에도 일본·한국·홍콩·태국발 입국자들이 포함된다.
방글라데시 매체 <다카트리뷴>에 따르면 27일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도 감염이 증가하는 나라, 특히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할 것을 각 공항에 지시했다. 28일 대만 정부도 다음달 1일부터 월말까지 모든 중국 본토발 입국자에 대해 PCR 검사 시행 방침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 제이미 바우티스타 필리핀 교통장관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약 3년 만의 국경 개방에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던 중국 항공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의 해외여행 재개 계획 발표 15분 만에 중국 여행 플랫폼에선 국제선 항공권 검색량이 7배로 늘기도 한 상황이다. 특히 인접국인 일본·한국·태국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27일 철저한 PCR 검사 관리를 이유로 중국 본토·홍콩·마카오로부터 오는 직항편은 도쿄 나리타 및 하네다·오사카 간사이·나고야 주부 등 4개 공항만 이용하도록 하고 노선 증편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는 30일부터 홍콩 케세이퍼시픽과 자회사 홍콩익스프레스, 홍콩에어라인 등 3곳 항공사에 홍콩과 홋카이도 삿포로, 규슈 후쿠오카, 오키나와 나하를 잇는 노선 운항 중단을 요청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현재 케세이퍼시픽의 1월 일본행 항공권은 거의 매진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27일 항공사 쪽이 일본 당국과 상황을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일단 항공편은 예정대로 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중국은 전염병 예방 조치가 과학적이고 적절해야 하며 정상적 인적 교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NYT "중국, 2019년 우한과 같은 위기 상황으로 돌입"…일부 지역선 고령자에 9만원 지급해 접종 독려도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소상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자사가 분석한 영상에 따르면 환자 폭증으로 중국 의료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공개한 톈진의과대종합병원 영상을 보면 비좁은 병원 복도 양쪽에 빼곡하게 환자들이 누운 침상이 들어차 있다. 매체는 의료 인력 부족으로 몇몇 병원에선 의료진들이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일하고 있으며 우한의 한 병원에선 한 신경외과의가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된 사태에서 두 건의 수술을 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은퇴한 의사들까지 동원되고 있으며 베이징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산둥성이나 장쑤성에서까지 의료진이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감염이 확산되며 헌혈 가능자가 크게 줄어 병원들이 혈액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쓰촨성 청두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23살 의대생이 사망하면서 레지턴트나 인턴으로 동원된 의대생들이 높은 업무 강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병원 쪽은 사인을 심장마비로 설명했지만 학생들은 사망한 학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에서 과로해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은 2019년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퍼졌을 때 맨 처음으로 공황을 경험한 나라"였음에도 지난 3년 간 보건 체계를 강화하고 더 많은 약품과 중환자실을 확보하고 취약한 고령층 백신 접종에 힘쓰는 대신 엄격한 봉쇄와 집단 검사를 택했다며 이 때문에 중국이 다시 "초창기 우한과 같은 위기 상황으로 돌입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80대 이상 고령층 3차 접종률이 11월 기준 40%에 그친 가운데 베이징 리우리툰 등 일부 지역에선 60살 이상 고령층이 3차 접종까지 완료할 경우 500위안(약 9만원)을 지불하겠다며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엄격한 봉쇄 정책을 지속한 탓에 백신 접종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꼈던 중국 고령층은 자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 계속되는 변이 발생으로 인한 백신 효능에 대한 의구심, 기저질환으로 인한 백신 부작용 우려 등으로 여전히 접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엔 마카오대 및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사전 공개한 논문은 향후 6달 간 고령층을 중심으로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5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장시보 상하이 푸단대 기초의학대학원 교수는 "이제 고령자의 가족과 친척들이 감염이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통신에 말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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