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美 불법입국자 추방정책 폐지 지연에 국경서 `발 동동` 중남미 이주민

박영서 2022. 12. 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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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의 국경도시 엘패소에서 미국 입국을 바라는 중남미 이주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미국에서 불법 입국자의 망명 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곧바로 추방할 수 있게 하는 '42호 정책'(Title 42)의 폐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당초 폐지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법원이 당분간 정책을 유지하라고 판결하면서 상황이 바꿨습니다. 정책이 계속 유지된 탓에 중남미 출신 이주민들이 입국하지 못하고 국경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42호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관 9명 중 5명이 찬성했고, 4명은 중단에 표를 던졌습니다. 이는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주 금지 정책을 지속한다는 뜻이죠.

이에따라 논란이 격화할 조짐입니다. 이날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 정책은 이민 단속이 아닌 공중보건 조치다. 그것은 무기한 연장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망가진 미국 이민 시스템을 바로 잡으려면 의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포괄적인 이민 개혁 조치를 처리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42호 정책'은 지난 2020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도입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불법 입국자를 즉시 추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듬해 바이든 행정부도 이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정책으로 멕시코와의 국경 지역에서 추방된 불법 이주 희망자들은 250만 사례에 달합니다. 42호 정책 전에는 미국에 불법으로 넘어온 외국인이라도 망명을 신청하고 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에 체류할 수 있었지요.

그러자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달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이 정책이 행정절차법에 위배된다며 12월 21일을 기해 종료할 것을 명령해 폐기를 눈앞에 두는 듯했지요.

하지만 남부 국경에 접한 보수성향 주(州)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19개 공화당 주 법무장관들은 42호 정책이 종료되면 이민 증가로 공공 서비스에 타격을 주는 등 재난을 야기할 것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또한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멕시코-텍사스 국경을 넘은 불법 이민자들을 민주당 소속 시장이 있는 북부 도시로 보내는 이른바 '북송' 프로젝트도 시작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인 지난 24일에는 중남미 불법 이민자 100여명을 가득 태운 버스가 워싱턴DC에 있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관저 앞에 멈춰서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항의 표시였습니다.

이 날은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지는 등 추위가 강타한 터라 '비인간적 처사'라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1989년 이후 두 번째로 추운 성탄 이브였다고 합니다. 이민자들은 지역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인근 교회로 긴급히 이송됐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책을 유지하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내년 2월부터 이 정책을 둘러싼 소송의 변론을 시작할 방침입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42호 정책은 유지됩니다. ACLU 소속의 리 겔런트 변호사는 "우리는 42호 정책으로 망명 희망자들이 계속해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며 "정책을 종식하기 위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는 정책 폐지를 기대한 중남미 출신 이주민들이 수주 전부터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시 망명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책이 계속 유지된 탓에 입국을 시도하지 못하고 국경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24일 허가 없이 입국을 시도하는 이주민을 42호 정책에 따라 추방하고 있다고 경고까지 했지만, 텍사스주의 국경도시인 엘패소에는 여전히 하루 1500∼1600명의 이주민이 도착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현재 2만2000여명이 거리에서 노숙하고 있거나 대피소, 임시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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